[창작소설] 무너지는 어둠에서 (스압)
IP :  .46 l Date : 17-03-19 22:49 l Hit : 3016
본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
주의: 강심장이 아니신 분들은 혼자있을 때 보거나 잠자기 전에 읽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한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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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을 보면 참으로 많고 많은 괴담이 있다. 무서운 이야기들, 특히 귀신을 목격한 이야기들. 어찌된건지 요즘은 그런 이야기들이 들려오는빈도가 나 어릴때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그냥 기분탓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그렇지만, 난 어릴적부터 참 그러면 안되는 것들에 호기심이 많았다. 가령, 지금부터 얘기할 귀신이나 원령, 혼, 그런 것들. 때는 내가 중학생 2학년이었을 무렵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일의 시작은 학교 '방학숙제'다. 과학 방학숙제였는데,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그것을 증명해보고 설명하고 느낀 점을 적는, 뭐 대충 그런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자 해도 되었고, 친구들과 해도 괜찮다고 하였다. 당시 나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몇 있었는데, 그 중 나와 같이 과학숙제를 하게 된 친구들이 있다. 보통의 키의 곱슬거리는 바가지 머리와 경박한 목소리가 특징인 재헌, 키가 좀 작고 약간 소심한 성격의 현수, 매사가 귀찮고 조금 남들한테 업혀가는걸 좋아하는 익찬, 키는 작지만 뚱뚱하고 힘이 억세고 바보같은 안경을 낀 용화. 그리고 그 중에선 키가 제일 크고 호기심 많은 나. 이렇게 총 5명이서 과학숙제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멤버가 모인 것은 정말로 정말로 우연이었다고 생각한다. 현수는 지금도 그렇지만 나와 참으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 당시에는 더더욱이 그랬다. 우리는 과학숙제에 대해 무엇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개학은 며칠 앞으로 다가왔으니 마음이 급했다. 이렇다할 의견 없이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내가 문득 제안을 했다. '귀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미친소리로 들리겠지만 난 진심이었고, 그녀석 역시 진심으로 이 의견을 환영했다. 당시 나는 무서운 괴담에 한참 빠져있었으며, 특히 그 중에서 귀신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특히 전자파를 이용해 귀신의 존재가 그 장소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영상을 어느 한국 프로그램였는지.. 그냥 해외 영상이었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나는데, 뭐 그런것을 봐서 특히나 영감을 받았다. 내 의견은 이러했다.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귀신이라면, 오감을 넘어선 그 무언가로 감지해내는건 어떨까. 가령 전자파라든지. 이게 지금도 맞는 원린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나는 녹음기의 원리가 주변의 소리를 전자파로 변환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그대로 출력해내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마 그런것보다 더 복잡한 원리겠지만. 그런 나의 의견에 감탄한 현수는 당장 실행에 옮길 것을 제시했다. 그렇게 아직까지 과학숙제를 하지 못한 드림팀이 결성된 것이다. 녀석들은 무서워 하거나 꺼림칙해 하는 것 없이 흔쾌히 승낙했고, 날짜를 잡았다. 당시 살던 우리동네 주변에는 철거 직전의 폐교가 있었다. 그 주변은 이미 기존의 건물을 철거한 후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는데, 그 학교의 별관만은 흉흉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건물은 내 모교와 그리 멀지 않아 나는 종종 그 모습을 보고싶어 집으로 가는 길을 돌아서 가곤 했었다. 본관과 체육관, 학교의 담장은 철거된지 오래됐다고 알고 있었다. 그 흉흉한 별관만이 오랜시간 방치된 것에 대한 이유는 많은 추측이 난무할 뿐이었다. 그 학교의 위치가 작은 절벽 같은 것 바로 앞에 있던 것도 있고, 그 안에 범죄자가 산다든지 조직폭력범들의 비밀 아지트라느니 그곳에 한이 강하게 서린 귀신이 자리를 잡아 아직까지 철거를 못하고 있다는 별에 별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우린 귀신의 존재를 증명해낸다는 실험정신에 취해 그런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왔다.

 우리의 준비물은 참으로 중학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핸드폰 녹음기, 재헌의 mp3녹음기, 현수의 음성녹음기(열정이 넘쳐 인터넷에서 구매까지 했었다.), 작은 플래시라이트 3대 였다. 지금 생각하면 카메라가 없었던게 조금 아쉽다. 물론 그때의 현장을 담았다면, 나는 그 자리를 뛰쳐나와 당장 지워버리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 현장이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다는게 아쉽게 느껴진다.
 아마 밤 8시 정도였고, 때는 7월..8월인가?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니 뭐 그 즈음이었을꺼라 생각한다. 철거를 위해 별관을 주위로 공사장에서 쓰이는 철봉들이 꽂혀 있었고, 알록달록한 부직포같은 천이 철봉 사이사이를 막아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오래 방치된 장소에는 반드시 개구멍이 존재한다. 그 주변을 자주 서성였던 나는 개구멍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나를 선두로 우리는 개구멍으로 진입했다. 맨 앞은 나와 현수가 플래시와 핸드폰 녹음기, 음성녹음기를 각각 들고 섰으며 그 뒤로 재헌, 익찬, 용화가 나란히 있었다. 뒤에선 용화가 녹음기와 플래시를 담당했다.
 작게 축소된 운동장에는 우리 발목을 가벼이 뛰어넘도록 무수한 잡초들이 나 있었고, 별관 뒤쪽으로 보이는 큰 거목은 괜히 을씨년스러웠다. 여름이라 무성하게 맺혀있던 그 나뭇잎들이 더욱 그늘진 느낌을 주었다. 우리의 뒤쪽으로는 인도의 가로등이 있어 당장 발 앞은 시야가 확보됐지만, 별관에 가까워질수록 그 빛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갖은 비바람과 방치에 흉측하게 갈라진 별관의 벽과 깨진 창문, 찢어진 커튼이 휘날리는 모습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벌레 소리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사실 그때 난 돌아가고 싶었는데, 중학생 남자아이의 치기어린 자존심때문에 말하지 못했다. 아마 다른 놈들도 똑같았을 거라 생각한다. 모두 오기 전의 장난끼와 패기는 싹다 지운 얼굴로, 정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린 그렇게 개구멍에 들어서고나서도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그제서야 앞으로 나아갔다. 두어걸음 나가서 내가 먼저 플래시를 켰고, 나를 따라 현수와 용화가 플래시를 켰다. 그리고 녹음기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에 잡초가 넘어지는 소리가 온 귓가를 잔뜩 멤돌았다. 그 소리만으로도 이미 우린 그 장소에 압도당해있었다. 정신없이 걷다보니 우린 별관의 정문까지 도달했다. 각종 쓰레기가 정문 계단에 널브러져 있었고, 부숴진 자전거나 책상따위도 주변에 넘어져 있었다.

'빠각-!!'

모두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현수가 멋쩍은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발엔 콜라캔을 밟은 채로
"아이, 씨.. 뒤질래"
우린 괜히 맥이 빠져 현수를 나무랐다.
'사락-'
그 순간 들려온 천끼리 부딪혀 스치는 소리. 아마 그 소리는 나만이 들었을 것이다. 당시 나는 그 소리를 듣고 놀라 움츠리며 별관 1층의 창문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흰 커튼이 처져있는게 하나 보였을 뿐. 그게 바람에 펄럭였겠지, 싶었다. 친구들은 현수를 나무라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그저 신경과민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우리는 정문으로 들어섰다. 정문 바로 앞에는 2층과 지하로 갈 수 있는 중앙계단이 있었다. 정문 출입문이 부숴져서 이미 없었기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케케묵은 먼지가 잔뜩 쌓여있고 벽에는 이곳을 놀러온 사람들이 해놓은 흉측스러운 낙서, 그리고 널브러진 학교의 잔재가 삼박자를 이루어 기분이 불쾌했다. 또한 건물 안쪽에는 시멘트바람을 스치며 부는 그 특유의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닿아 벌써부터 오싹했다. 건물은 총 3층이었는데, 당초 우리 계획은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층과 모든 교실을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다들 이미 그 자리에 얼어붙어 꼼짝 할 생각을 안했다. 그 정적을 깬건 나였다.
"어디..부터 갈까..?"
 나의 질문에 모두들 예상치 못했다는 듯 당황스러워 했다. 아마 다들 누군가가 나서서 돌아가자고 말해주기를 기다렸나보다. 나의 질문에 현수가 먼저 응했다.
"일단, 1층 끝부터 훑어보자."
 그렇게 나와 현수가 앞장 서 1층 우측 끝자락으로 향했다. 그곳엔 교무실이 있었다.
'드르륵-'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미닫이 문이 열렸다. 안은 그냥 평범한 교무실이었다. 우린 안으로 들어서며 계획했던 데로 행동했다.
"현재 시각 8시 32분. 별관 1층 교무실입니다. 안녕하세요? 누군가 계신가요? ..ㅡ"
 잠시간 말을 멈추고 우린 안으로 세걸음 정도 들어갔다.
"ㅡ계시다면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당연히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잔뜩 긴장한 채로 교무실을 둘러보았다. 교무실 자체는 평범했다. 그냥 여느 학교의 교무실과 같았다. 다만 의자 몇개가 부숴져 있고, 멀쩡한 책이 없었다. 몇권 있지도 않았고, 대부분 찢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으며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우린 교무실 뒷문으로 나갔다.
"...어후-"
 뒷문으로 나가기 무섭게 모두들 깊은 숨을 내쉬었다. 무언가가 튀어나올까 잔뜩 긴장하고 있었던 탓이리라.
"개쫄았네 진짜ㅋㅋㅋㅋㅋㅋ"
 재헌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직 첫 방이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자 조금 맥이 빠져 다들 허탈하게 웃었다.
"좀 무섭긴한데, 할만하네ㅋㅋㅋ"
"허세부리지마라ㅋㅋㅋㅋ 병신이 입구에서 덜덜 떨었으면서"
 그렇게 현수와 익찬이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기분은 조금 풀려버렸다.
'타닷-'
 미세하게 들려오는 무언가 치는 소리. 친구들은 서로 기분이 풀려 웃느라 못 듣는 듯 하다. 이번에도 나만 들었나보다. 내가 역시 신경이 예민한가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첫 교실을 손쉽게 넘어서고 승승장구 하듯 1층을 장악해갔다. 가정 실습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경비실, 1층 행정실. 그리고 다시 마주친 끝자락에 있는 보건실 그 앞까지 왔다. 우리는 기세등등하여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갔다.
"지금 어 8시 50분. 별관 1층 보건실이다. 안녕하냐? 누구 있냐?"
"킥킥킥-"
 처음과는 달리 먼지만 잔뜩 쌓인 건물이란걸 알자 우린 매우 당당해져, 녹음기에 하는 말도 건방져졌다. 아, 저 녹음의 목소리는 내가 도맡아서 했다. 나의 거들먹한 말투에 친구들이 웃었다. 우린 안으로 들어가 여기저기를 뒤졌다. 보건실이라 그런가, 특유의 약향이 났다. 그 알싸한 냄새. 몇가지 병이 찬장에 놓여 있었고, 다른 교실과는 달리 정돈이 좀 되어 있었다. 바닥도 어째 사람이 다닐 정도의 경로가 닦여 있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린 방을 둘러보고 있던 와중이었다. 나는 보건실 창가에 와서 밖을 내다 보았다. 이곳은 창문이 정말 풍비박산이 난 건지 그 흔적도 남지 않았다. 창문이 있던 자리였는지 조차 알 수도 없고, 정말 깨끗했다. 깨끗..깨끗했다. 창가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자 난 그 자리에 얼어붙어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분명,
아까 밖에서 봤을 때
이곳에는
'하얀 커튼'이 있었다.
.
.
.
 플래시를 잡은 손이 미친듯이 떨렸다. 나는 떨리는 내 모습이 두려워, 이 상황이 무서워 더욱 플래시를 꽉 움켜쥐었다. 몸이 얼어붙고 시선은 둘 데를 몰라 이리저리 눈알을 굴렸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식은땀이 흐른다. 단숨에 손바닥에 식은땀이 가득 차서,
'딸칵-'
"으억-!!"
 식은 땀에 미끄러져 나도 모르게 플래시 전원을 눌러버렸다.
"아이 씨, 깜짝이야. 뭐야 너"
'딸칵-'
몸이 굳어버린 채로 플래시 전원을 다시 눌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다. 바깥은 밤바람이 불어 잡초 눕는 소리가 웅성거렸다. 호흡이 너무 무겁다. 무언가 목을 옥죄는 듯 목과 배에 힘이 꽉 들어가고, 얼굴이 파들파들 떨린다. 떨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숨쉬기가 너무 답답해..

'쾅-!!!'

눈을 찡그리자 밖에서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야 씨벌 뭐야.. 뭔소리야"
익찬이 욕지거리를 뱉으며 문 밖을 바라봤다. 우리 3명의 플래시는 일제히 보건실의 문을 향하고 있었다. 무언가 무겁고 튼튼한 것끼리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복도 멀리서. 우리는 서로의 진영도 잊어먹은채 슬금슬금 모여 서로를 꽉 붙잡았다. 그리고 문을 나가서 복도로 플래시를 비추어보았다. 저-쪽 멀리. 처음 들어갔던 교무실 앞에 사무용 책상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쪽 면이 박살 나 파편이 바닥을 나뒹구는 것으로 보아 시멘트 벽에 부딪힌 듯 했다. 그것도 아주 강하게. 세상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우리가 덜덜 떨리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심장이 너무 미친듯이 뛰어서 별관 전체에 내 심장소리가 울려퍼질 것만 같았다.

'쾅-!!! 쾅!!!!!!'

그 뒤를 잇는 또다른 굉음.
"으아아..!"
이번엔 윗층에서 들려왔다. 우리는 무서워 꼼짝도 못하고, 복도 끝 벽에 찌그러져 뭉쳐있었다. 이제 귀신이고 나발이고, 당장 이곳을 탈출하고 싶었다. 머릿속을 떠도는 온갖 끔찍한 망상과 들려오는 현실이 서로 교차할까봐 미칠 것 같았다.
"씨발뭐야..야..나가자.. 응? 나가자고 시발진짜.."
"그래.. 야 일단 나가자.. 우리 나가자 좀"
 재헌이 말하고 현수가 받았다. 어떻게든 현수가 앞장 서서 우리를 이끌려 했다.

'끼릭-끼리릭-'
우리가 몇걸음 채 안뗏을 때였다. 정문쪽에서 부터, 그러니까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전거 하나가 천천히 굴러왔다. 난 그 자전거를 기억한다. 정문에 넘어져 있던 그 부숴진 자전거다. 대체 저 다 망가진 자전거가 어떻게 굴러오는건지 생각할 염두도 나지 않았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끼릭..'
천천히 힘겹게 굴러오는 자전거는 직진하다 좌회전 하여 우리를 바라보고 넘어졌다.
'끼..릭.... 쿵-'
.
.
'통-'
그리고 무언가 튀는 소리
'통-.. 통-.. 통토동..'
 2층 계단에서부터 축구공 하나가 통 통 튀며 내려오다 바닥에서 굴렀다. 그리고 정문쪽으로 힘없이 굴러갔다.
'툭- 팡!!!'
 힘없이 굴러간 축구공이 강하게 날아와 2층 계단을 향해 올랐다. 그리고, 다시 힘 없이
'통-.. 통-..통통..토동...'
 힘없이 내려와 우리 시야에 멈췄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다. 미친듯이 뛰고 싶은데,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너무 옥죄어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누가 꿈이라고 나를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게 그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일말의 틈도 주지 않았다.
'터벅-'
 걸음소리. 저 멀리서 부터 걸음소리가 들려왔고, 우린 숨을 죽여 그곳을 응시했다.

'터벅-'
'꿀꺽..'

'터벅-'
'휘잉-'
바람이 불어 어디선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렸다.

'터벅-..'
.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걸음소리는, 2층에서 들려왔고 중앙계단에 그 신발 끝이 보이자마자 우리는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내달렸다. 하지만 정문으로는 갈 수 없다고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곳에는 미친 자전거와 축구공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우린 바로 보건실로 들어가 그 창문을 향해 모두 뛰어들었다. 현수가 플래시 하나를 떨어뜨렸지만 그런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창문을 나섰는데 창문을 뛰어넘는 순간 천따위가 펄럭이는 소리가 귀 뒤에서 들려왔다. 우린 나온 길을 따라 미친듯이 개구멍을 향해 달렸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 개구멍으로 나온 뒤에도 우리는 미친듯이 달렸다. 어딘가 사람이 많은 곳으로, 차가 많이 다니는 큰 길가가 나올때까지 계속해서 달렸다. 울고, 소리지르고, 욕하고, 넋이 나간 듯이 그저 달리고 달렸다.
"헉..헉...헉....."
그렇게 밝은 곳으로 나오자 좀 진정이 된 우리는 멈춰서서 숨을 골랐다.
"헉...시... 발 대체...."
 우린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아까의 상황을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우린 더욱 욕을 하며 발버둥 쳤다. 숨을 고르며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공포에 잡아먹혀 있었다. 오늘 당장에는 서로 할 말도, 말을 할 기력도 없었기에 우리는 숨을 고르고 진정이 되는 데로 서로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그날 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리고 우린 다음날 우리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야.. 너네 별 일 없었지?"
 다행히 모두 그렇다고 했다. 우리는 벤치에 모여앉아 어제 녹음한 파일을 재생해보기로 했다.
"현재 시각 8시 32분. 별관 1층 교무실입니다. 안녕하세요? 누군가 계신가요? ..ㅡ계신다면 대답해주세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잠시간의 정적을 두고 무언가를 깎는 소리가 엄청난 속도로 들려왔다. 심지어 그 소리는 너무 가까워서 엄청 크게 들려왔다.
우린 깜짝 놀라 자칫하면 녹음기를 던져버릴 뻔 했다. 하지만 녹음기를 계속 듣기로 결심했다.

"뭐.. 너무 별거 없는데?"
"너무 먼지가 많은것밖에.."
~
"...어후-"
"개쫄았네 진짜ㅋㅋㅋㅋㅋㅋ"
"좀 무섭긴한데, 할만하네ㅋㅋㅋ"
"허세부리지마라ㅋㅋㅋㅋ 병신이 입구에서 덜덜 떨었으면서"
우리들이 교무실을 나선 후 나눈 대화 내용이다.
'타닷-'
 바로 다음으로, 내가 들었던 요상한 소리가 녹음됐다.
'탓-탓-탓..탓....탓탓....탓-'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갑자기 또 엄청난 속도로 들려오는 소리. 그래, 걸음소리다. 이건 걸음소리였다. 걸음소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빠르게 반복했다.
그리고 이후에도 이상한 소리는 반복됐다.
~
"지금 어 8시 50분. 별관 1층 보건실이다. 안녕하냐? 누구 있냐?"
"킥킥킥-"

"...차륵-"
가위질 하는 소리.. 분명 우린 듣지 못했었다.
"아, 누구 있냐고. 없냐?"
"....쿡...쿠쿡...쿠흑-" '차륵-' "키힉.. 키이학!!하하하하핰!!!" '차륵-'
 내가 건방지게 했던 말을 따라, 미친듯한 웃음소리와 가위질 하는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방을 돌아보는 내내 가위질 소리는 멈추지 않았었다. 다만, 내가 창문을 보고 덜컹했던 그 순간부터는 가위질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이 씨, 깜짝이야. 뭐야 너"
"죽..어.... 죽어....죽..어..줘...."
'딸칵-'
"죽어줘.....죽어... 죽어!!!!!!!!!!!!"
 가래 들끓는 쇳소리같은 목소리가 '죽어'라고 말하며 미친듯이 소리지르기 시작했을때,
'쾅-!!!'
 그 소리가 들려왔다.
'까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까득까득- 까드드드드드드드드득-'
 큰 폭음이 들려온 이후로 계속해서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자전거가 굴러올 때도, 공이 날아들 때도 칠판 긁는 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다만, 2층에서 계단소리가 들려온 시점부터는 조용했다. 그렇게 우리가 그 건물을 나설때 까지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녹음기에 동일하게 저장돼있었다.
"와 씨발..뭐냐 이게 진짜?"
"존나 재수없네.. 야 이거 지우자."
처음엔 지우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나는 어쨋든 이거라도 방학숙제로 내야하지 않겠냐고 그냥 설명은 대충 얼버무려서 내자고 했다. 우리의 자료같은 경우엔 글로 설명하거나 첨부할 수 없기에, 선생님을 찾아가 들려주기로 했다. 하지만 재헌과 익찬은 불쾌한 기억이라며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아 했으며, 숙제도 내가 대신 써줄 수 밖에 없었다.

"선생님, 이게 바로 저희가 가져온 자료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선생님에게 들려주었을 때는 아무런 기음도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우리를 그저 훈훈한 미소로 바라보며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며 칭찬할 따름이었다.
"선생님 저희 진짜로..!"
"알겠어~ 알겠어알겠어~"

'펄럭-'
 분명 처음 녹음기를 재생했을 땐 듣지 못했던, 거의 마지막쯤에 들려오는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 자료를 못 믿는 눈치라 내가 설명하려던 순간, 들려왔던 것이다. 녹음기에서. 선생님은 어쨌든 우리의 숙제를 인정해준다고 하셨고, 나는 군말없이 교무실을 나왔다. 숙제로 인정받게 됐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역시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는게 아니었다. 마지막 펄럭이는 소리를 듣고 난 그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려버렸다. 개구멍으로 나가는 마지막 순간, 나는 건물을 뒤돌아 보았었다. 그리고 나는 봐 버렸다. 우리가 나온 보건실 창문에는 흰 커튼이 격렬하게 펄럭이고 있었으며, 별관 정문에 나와 우리를 배웅하던 자전거와 축구공을, 그 기괴한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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