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경험] 피카부
IP :  .49 l Date : 17-08-16 00:06 l Hit : 11694
안녕? 육아로 인해 쌓이는 피로를 공포방에서 푸는 애기엄마야 ㅎ

걔다가 여름이라 왠지 더 자주 공포방을 찾게 되는것 같아

글 리젠 느린 날은 왠지 모르게 시무룩 하기도 하지




그런데 너희들 혹시 피카부(Peekaboo)가 뭔지 아니?

많이 들어봤을거야 한국에선 까꿍 이라고 하지?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피카부에 대한 찝찝한 이야기야




우리가족은 3명이구 나 신랑 그리고 아들이 하나 있어 그리고 외국에 살고 있지




우리집 꼬맹이가 두살쯤 까꿍놀이에 엄청 빠져 있을때

누구든 눈만 마주치면 주변 사물 뒤로 머리만 숨었다가 나오면서

"피카부!" 라고 외치곤 했었어




물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뒤 피카부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집 꼬마는 어딘가 뒤에 숨어있다가 하는걸 더 좋아했어

근데 애기들은 숨을때 눈만 가리면 다 되는줄 알더라 너무 귀여워 ㅎㅎㅎ




신랑 직업상 출장이 엄청 잦은데 (1년에 6개월 이상을 집을 비움)

그날은 신랑이 마침 2주짜리 출장을 멀리 간 시기였어




집엔 나랑 꼬맹이 둘밖에 없었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해가 질무렵 이었던것 같아




부엌과 거실은 오픈형으로 끝과 끝에 붙어있고 거실 끝엔 티비대를 놔두는 공간이 있는데

여기를 맞은편 부엌에서 봤을때, 티비대가 놓여있는 벽이 살짝 들어간 구조야




그러니까 부엌에서 거실끝까지 걸어가면 부엌에선 보이지 않던 확장된 공간이

거실끝에 있는 샘이지 (글로만 표현하려니 너무 힘들다ㅠㅠ)




아직도 기억나 내가 애호박을 썰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집 꼬맹이가

꺄르륵 꺄르륵 거리면서 신나서 방방 뛰기 시작하길래

밑층에 사는 사람들이 또 올라올까봐 주의를 한번 줬지




가만히 보니 얘가 부엌에 서서 티비대가 놓여있는 공간을 보며

마치 누군가와 까꿍을 하듯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빼꼼 쳐다보며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피카부를 하는거야

미칠듯이 꺌꺌 거리면서




내가 옆에 다가가서 뭐하냐구 물어봐도 아랑곳 하지않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벽을두고 피카부를 계속 하더라




지금 적어보니 그다지 무섭지 않은거 같은데

그때 당시 상당히 쫄보였던 나는 애꿎은 애호박만 채를 썰어놓았어

덕분에 된장찌개에 들어간 애호박이 끓이니 다 녹아 없어지더군 ㅋㅋㅋ




피카부 사건 후 나에게도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어

딱 뭐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대충 느낌은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닌것 같았어




부엌에서 무언갈 할때 옆이나 뒤에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느낌알아?

왜 다들 엄마가 저녁하고 있으면 오늘 저녁 메뉴가 뭘까 대충 등뒤에서

어깨너머로 살피고 간적 있지? 딱 그런느낌을 받는데

무섭거나 소름이 끼치거나 한적은 별로 없었어

걔다가 확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고...




그리고 얘가 너무 자기자신을 어필하려고 할때,

너무 옆에서 나댄다 싶을때

(예: 어깨 너머로 미칠듯이 고개를 왔다갔다 할때)

귀신은 쌍욕을 무서워 한다길래 얼쩡거리는 쪽에다 대고

쌍욕도 하고 (신랑이 어느날 내가 허공에 욕하는거 보고 무섭다고 했음)




또 구두쇠 할아버지가 집문서 들고 집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내집이니까 나가라고 소리쳐서 귀신이 결국 나갔다는 글 보고

나도 우리집 집세 비싸니까 니가 돈 보탤꺼 아니면 나가라고

이방저방 소리치면서 객기 부린적도 있음(물론 이건 신랑 없을때 했음ㅋㅋㅋ)




우리집에 잘 안쓰는 방 하나가 있는데 어느날 부터 그 방에서 유독 누가 뭘 맛있게

냠냠 쩝쩝 먹는 소리가 자꾸 나길래ㅠㅠ

짐 싹 다 비우고 문 활짝 열어두고 사니 다행히 더이상 들리지는 않아




신랑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말해줘도

내가 잘못 보고 잘못 듣고 하는거니 비타민 제발 좀 빼먹지말고 잘 챙겨먹고

스트레스 덜 받고 마음 편히 먹으면 괜찮아질꺼라고 했어




그 후 최근에 부엌에서 셋이 밥먹다가 신랑이 갑자기 깜짝 놀라더라구

그래서 내가 오빠도 봤어? 하니까 봤대

그동안 내가 예민해서 헛것보고 착각한거라며 뭐라던 사람이

깜짝 놀라니까 속으로 좀 통쾌 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론 좀 걱정이 되긴 한다




난 괜히 거들먹 거리면서 하루이틀도 아니고

적응 다되서 괜찮다면서 안무서운척을 했지

그랬더니 신랑이 자기도 이런거 크게 신경 안쓴다며 그건 그렇고

앞으로 밤에 잘때 자장가 틀지 말고 자래는거야




새벽마다 자장가 노래소리에 잠을 깨는데 너무 피곤하다고 말이야

특히 섬집아기 노래가 제일 뭔가 으스스 한 게 기분이 별로라며...




알겠다고는 했는데 플레이 리스트를 다시 틀어봐도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중에 목소리는 하나도 없어

물론 섬집아기 음악은 있는데 노래소리는 없는 곡이야




여기서 이 이야기를 하면 신랑이 찝찝해 할까봐

그냥 자장가를 안틀고 자는 걸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여긴 영어권 나란데 귀신은 물을 건널수 없다며?

그럼 영어가 모국어일 친구가

섬집아기를 꼬부랑 거리는 발음으로 부른다고 상상하니 또 웃긴다 ㅎㅎㅎ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지 모르겠네 'ㅅ';;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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