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2ch괴담] 상아로 만든 체스 세트
IP :  .52 l Date : 17-09-21 15:55 l Hit : 8527
출처 : http://vkepitaph.tistory.com/m/1021


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체스나 장기, 마작 세트 같은 걸 모으고 있습니다.


4년여 전, 야후 옥션에서 우연히 좋은 물건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상아로 만들었다는 체스 세트가 즉시구매 가격 5천엔에 올라와 있던거죠.




기본적으로 말을 상아로 만들면 가격이 수십만엔을 호가하니, 가짜일거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이 이국적이라 설령 플라스틱 재질이더라도 매력적일 것 같아, 즉시구매 버튼을 눌렀죠.


낙찰받은 후 판매자가 절대 환불은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던 게 기억납니다.




택배가 오고 확인해보니, 말은 하나하나가 다 미묘하게 다르고 상아 특유의 나이테 문양이 보였습니다.


설마 진짜 상아인가 싶어 잘 아는 가게에 찾아가 감정을 받았습니다.


진짜 상아였습니다.




무척 좋은 거래를 한 셈이었지만, 이걸 실제로 사용하자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집 장식장에 소중히 보관하며, 종종 꺼내서 어루만지며 감상하는 게 주 용도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서부터 나는 기묘한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꺼내서 감상한 후 잘 정리해뒀을 터인데, 책상이나 키보드 위에 말이 덜렁 올려져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정리를 깜빡했나 싶어 그냥 다시 정리해서 집어넣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있는 말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책상 위에 검은 말들이 죄다 올려져 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 뿐 아니라 잠을 자면 꿈에 체스말들이 나와 위에서 지그시 내려다보기까지 했습니다.


이쯤되자 나도 뭔가 사연이 있는 물건이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과생이었던 나는 이성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과, 본능적 위기감 속에서 진퇴양난을 겪을 뿐이었죠.


슬슬 위기감이 고조되어, 신사에라도 갖다 맡겨야 하나 싶을 무렵이었습니다.


체스를 좋아하는 여자 사람 친구가 집에 놀러오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 눈에 상아로 만든 고급진 체스 세트가 안 들어올리가 없죠.


바로 그걸 꺼내더니 이걸로 한판 해보자고 부탁을 해왔습니다.


나는 영 느낌이 안 좋아 내가 겪은 일들을 설명하며 만류했지만, 그녀도 같은 이과생이라 내 말은 들은체만체였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3판 정도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게임 도중에는 딱히 문제도 없었고, 그녀도 별일 없이 집에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또 꿈을 꿨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꿈이었습니다.


체스 말이 나오는 건 같았지만, 표정이 상당히 부드러운데다 뭔가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죠.


그날 이후, 이상한 현상은 당분간 사라졌습니다.




나는 다시 체스 세트를 전시해뒀지만, 몇달 지나자 다시 또 꿈에 체스 말들이 나타나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과생으로서 뭔가 패배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제야 나는 [이 녀석들, 싸우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체스는 혼자 둘 수 없는 법.




결국 나는 체스 세트를 대학 연구소 휴게실에 가져다 놓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매일 같이 한가한 학생이나 연구원들이 체스를 두며 놀아줬고, 그 덕인지 이상 현상들은 싹 사라졌죠.


체스 세트를 사고 2년 후.




연구원 중 한분이 어머니가 되었는데, 그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방과 후에는 우리 연구실에 자주 놀러와 같이 놀곤 했죠.


처음에는 실험 도중 짬이 난 학생들과 젠가나 인생게임 같은 걸 하면서 놀았습니다.




하지만 시끄럽다고 항의가 들어오는 바람에, 내가 그 아이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초보라서 영 따라오질 못했습니다.


그러나 두어달 지나자, 당시 대학원에 다니던 내가 좀체 따라잡질 못할 정도로 실력이 급상승해버렸습니다.




이상하리만치 빠른 실력 향상에 놀라, 나는 아이 어머니에게 체스 교본이라도 사줬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해준 건 없다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인터넷이나 컴퓨터도 안 쓴다기에 의문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습니다.




혹시 내가 천재를 발견한건가 싶어, 나는 살짝 들떠 아이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종종 꿈에 말이 나와서 가르쳐줘요. 게임 도중에도 왠지 모르게 알려주고요.]


게임 도중 왠지 모르게 가르쳐준다는 말이 잘 이해는 안 갔지만, 과거 내가 겪었던 걸 이 아이도 겪고 있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나와 달리 그 아이는 체스 말들에게 이쁨받고 있는 듯 합니다.


한동안 두고 보다 별 문제가 없으면, 내가 알고 있는 사정을 설명해 주려 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중학교 입학할 때쯤, 선물해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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