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번역괴담] 기생하는 것 (5)
IP :  .100 l Date : 18-04-25 17:01 l Hit :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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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 기생하는 것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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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지

학창 시절의 이야기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 최근에 알게 된 것이 있고, 이야기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공개하려고 해.
이 내용 역시 우물 사건과 마찬가지로 나냔의 직접 체험이 들어가 있어.

B냔의 학생시절 옛 남친 E에 대한 이야기는 저번에 이야기 한 적이 있지만,
E는 우리와 놀던 친구는 아니어서 우물 사건과는 관계가 없어.
B냔과는 졸업 직전쯤 취직문제로 엇갈리게 되면서 헤어졌다고 들었어.
어쩌면 지금도 B를 들락거리는 존재에 대해서는 모를지도 모르겠어.

학생시절 E에게서 받은 반지를 B가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어.
금과 은이 조합된 반지였고, B와 친했던 냔의 말로는 꽤 좋은 것 같더라는 데, A가 무척 미묘한 표정이었어.

우물 사건 뒤였기 땜에 나는 나중에 살짝 「그 반지에 뭔가 있어?」라고 A에게 물어봤어.
「....음....곤란할지도. 하지만 어떡하지? 너 혹시 무당이나 퇴마사 중에 아는 사람 없니?」

나는 A말고는 정말로 ‘보이는 사람’은 전혀 아는 이가 없어서, 그렇게 말하니까 A는 입을 다물어 버리더라.
A는 자신이 ‘보이는 사람’이긴 하지만 정작 경험적으로 위험한 것을 피해온 것 뿐, 영능력자 같은 지인은 없는 모양이었어.

「……그렇다고 B가 반지를 빌려주진 않을 테고……무당이나 퇴마사에게 B 본인을 데리고 가면, 우선 B의 ‘그것’과 싸우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반지가 영적으로 위험하다든가 말해버리면 B냔 성격상 ‘그것 참 잼나겠네’,, 하면서 몸에서 떼지 않고 돌아다닐 것이 뻔해서 나냔조차 눈에 선하더라.

「……뭐, B는 ‘그것’이 있으니까 괜찮잖아?」
라고 나냔이 말은 했지만 A는 복잡한 얼굴로 「응……뭐랄까……좀……」이라며 더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어.


다음날, 대학 내에서 A가 사고로 다쳤어.
누군가가 버린 유리조각 같은 것에 베었다는 거 같았는데, 대학보건관리센터로 옮겨진 A는 그때 같이 있던 같은 과 냔에게 자신의 짐은 가까운 강의실에 놓아두면 나중에 가지러 갈거라고 하더래.
그런데 사고 후에 부탁받은 냔과 내가 우연히 만나 얘길 했어.
「지갑이나 귀중품 같은 건 아무래도 방치해 두긴 좀 그렇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로 이어지다 내가 맡아두기로 했어.

강의실에 가니 아무도 없고 A의 가방만이 덜렁 의자 위에 놓여 있더라.
전에 본 것 같긴 했지만 다른 냔의 것이라면 곤란하니까, 실례를 무릅쓰고 속을 열어 뭔가 이름을 알 수 있는 것이 없나 확인하려고 했지.

그런데,
지갑이 든 파우치 속에 작은 비닐봉지에 담긴 반지가 보였어.
어제 B가 친구들에게 자랑하던 것과 똑같이 생긴 거였어.

엥, 어째서지? 이거 B의 반지인가? 어째서 A가? 라고 생각했지만 단순히 똑같은 걸 샀는지도 모르고, 그냥 어쩌면, A냔이 맘먹고 무단으로 빌려서 제령을 하러 갈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튼 지갑 속 면허증을 확인한 후 가방을 갖고 방을 나서려는데 뒤에서 「야옹~」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돌아보니까, 창틀 쪽에 회색인 듯한 고양이가 있었어.
야옹~ 하고 한 번 더 울더니 고양이는 가볍게 창문 밖으로 내려가고 나서 잠시 후 나냔은 번뜩 정신이 들었어.


……아까까진 없었는데? 고양이. 그리고 여긴 4층이잖아? 밖에 나뭇가지 같은 거 있었나?
황급히 가방을 둔 채 창문으로 뛰어가 보니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나뭇가지가 내밀고 있는 것도 아니고 건물 밖 어디에도 고양이는 물론 떨어져 죽은 사체도 없었어.

……4층 높이라면 뛰어내려도 도망칠 수 있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돌아와서 A의 가방을 들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어. 분명히 아까까지 멀쩡했던 가방이 갈갈이 찢어져 있었던 거야.
게다가 또다시 발밑에서 「야옹~」 소리가 나는 걸 듣고는 비로소 나냔은 A가 계속 신경쓰던 그 반지가 내가 들고 있는 가방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

「...........」

오싹, 하고 등골이 서늘해지려던 참에 또다시 「야옹~」 하더니 ‘스슥~’하는 소리가 이어졌어.
내려다보니 나냔의 신발끈이 매듭지어진 곳 몇 군데가 찢어져 있었어. 물론 고양이는 없었고.

「야옹~ 야옹~ 야옹~」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그 울음소리는 왠지 점점 기분 나쁜 느낌으로 변해갔어.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한 나냔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던 울음소리에 나직하게 음침한 느낌의 사람 목소리가 겹쳐졌어.

「……따위, 죽어버려. 죽으면 좋을 텐데.」

메아리가 울리는 듯한 이상한 목소리였어.

「……!」

굳어져 있던 나냔은 순간적으로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신속하게 전화를 걸었어.
뚜루루루, 뚜루루루, 하고 호출음이 울릴 동안에도 발밑에서 보이지 않는 고양이가 울고 있었어.

신발과 가방에서 스스슥 스스슥 소리가 나고, 흘끗 내려다보니 바닥에도 왠지 상처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스슥~ 하는 소리와 함께 발목에 통증이 느껴짐과 동시에 전화가 연결됐어.

「네,, 여보세요~~?」
「B니? 저기, 나야나. 혹시 A(가 다친) 이야기 들었니?」

다행히도 B는 학내에 있었어. 서둘러 A가 다친 일을 설명하고 짐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B는 흔쾌히 알았다고 하더라.

전화를 끊은 나냔은 A의 가방을 들고 달려가서 B와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어.
끊임없이 발쪽에서 들려오는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섞여 낮게 낮게 ‘죽어버려’나 ‘죽으면 돼’ 같은 중얼거리는 여자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어.

건물을 나오자 무언가가 슉~ 하고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듯한 감촉이 느껴지면서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그대로 넘어져버렸고 근처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에 처박히고 말았어.

「우왓~ 냔아!? 괜찮니?」

만나기로 했던 자판기의 쪽에서 큰 소리로 말하면서 B가 달려왔어.

「냔아, 너 손! 그리고 발에도 피가 나오잖아!」
B가 법석을 떨며 내게 손을 내밀어주고 짐도 들어주고 하는 사이에 정신이 들고 보니 고양이 소리도 이상한 여자 목소리도 사라지고 없었어.

다만 나중에 보니 역시 다리의 상처는 자전거에 긁힌 게 아니라 손톱 같은 걸로 긁힌 상처였어.

A의 상처도 그다지 심하진 않았고, (나중에 물어보니) A가방 안에 있던 반지는 A가 B냔에게서 빌린 거라 하더라.

똑같은 걸 너무 갖고 싶어서 가게에서 보여주고 「이렇게 생긴 거 있나요?」하고 말할 때 견본으로 하고 싶어, 라고 둘러대고 빌렸다는 거였어.

다만 내가 가방을 B에게 맡긴 이야기를 하니, A는 「……아, 그래」라고 했을 뿐, 고양이와 여자 목소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어.

……이제서야 내가 이 이야기를 떠올게 된 것은 최근 A가 B집을 방문했을 때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야.

B의 집 이야기, 흰 의상과 신사의 사건에 대해 듣고,
「B안에 있는 것은 B를 지킬 뿐, 악령 퇴치를 하는 건 아니며, 주위의 사람이 곤란한 일을 당하거나 재앙을 당하더라도 B가 무사하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갑자기 떠오른 게 이 사건이었어.

나냔은 그 후, B와 반지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어.
B는 그때 A에서 돌려받은 그 반지를 끼고 있었어.
「A가 똑 같은 걸 갖고 싶어 했지만 못 찾았다고 했잖아. 그거 E가 친척아이한테 골라서 사달래서 받은 거라던 걸.」

그런데, E에게 반지를 골라 준, 그 여자아이가 E가 재학중에 죽었대.
E가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한 건 분명 그 사건으로부터 조금 뒤의 일이었어.

당시에는, 나냔이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아직 살아있었을 때니까 관계없다고 생각했었어. 그 사건은 B에게로 반지가 다시 돌아간 뒤 B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걸로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이제 보니 아무래도 이상해서 최근 다시 A에게 물어봤어.
A는 굉장히 망설이더니, 역시 입 다물고 있기가 힘들었던지 끈질기게 묻자 마지막에는 입을 열더라.
역시 관련이 있었던 거였어.

「……그 친척 아이, E를 좋아했었던 거 같아. 어디서 저주의 방법을 찾아냈는진 모르지만, 실제로 고양이를 죽이고 본격적으로 저주를 걸 정도로, B를 미워했던 건 아닐까?」

나냔이 들은 건 역시 그 아이의 목소리였던 거야. E에게서 반지를 받은 여자를 향해 '죽어 버려' 라고 중얼거리며 고양이를 죽이던 때의 목소리일거야, 라고 나는 생각했어.


그리고 A가 걱정했던 것은 B가 저주받을까 하는게 아니었어.
B안에 있는 ‘것’의 성질을 꽤 정확히 파악했던 A는 동물을 죽이고 형태를 갖추어 행해진 주술의 '역습'을 걱정했다고 해.

「……나(A)도 너(나냔)도 큰 부상이 아니었잖아? 저주 자체로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힘은 없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B에게는 ‘그것’이 있었기 때문에.
B를 타겟으로 곧장 날아간 것을, ‘그것’이 곧바로 받아쳤을 때 '가속이 붙어버렸다'라고 생각해...


A은 그 말 밖에는 더 이상 하지 않았어.
아마 당시 A는 반지를 어딘가의 영능력자에게 갖고 가서 저주를 풀려고 생각했던 거 같아.

솔직히 A와 이야기하고 나서 조금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워.
나냔이 B를 불러서 A의 가방을 맡기지 않았다면 E의 친척아이는 죽지는 않았지 않을까.
B에게 A의 가방을 맡기겠다고 했을 때, A가 말리지 않았던 건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거나 다쳐서 겁에 질렸던 건지 나로선 알 수가 없어.

어쨌든 벌써 몇 년이나 전의 이야기인 걸.


B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그저 평범하게 남친이 준 반지에 기뻐한 것 뿐이잖아.
조금 덜렁거리긴 하지만 좋은 아이였고, 같은 것을 사고 싶어서 빌려달라고 한 A에게 선뜻 반지를 빌려준 것뿐이었으니까.

그래도 나냔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
A도 나도 휘말린 것뿐이잖아, 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아.

동시에 고양이를 죽이고 저주를 건 여자아이는 확실히 섬뜩하지만 상대가 B만 아니었다면 죽을 것까진 아니었다는 이야기인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A냔이 복잡한 얼굴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라고 되뇌던 마음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곤란한 일만 내뱉어서 냔들에게도 미안해. 이상이야.

출처: http://fladdict.net/blog/2011/05/sukuumon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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