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번역괴담] 상자 속의 소녀
IP :  .100 l Date : 18-05-03 11:50 l Hit :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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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위 상자 속의 소녀

"수수께끼가 많은 이야기여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몰라. 하지만 기분 나쁜 이야기임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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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이야기야(글이 올라온 시점은 2003년 경). 당시 우리 할아버지는 솜씨 좋은 창호 장인이었어.
나냔은 그런 할아버지의 일 솜씨를 바라보는 걸 좋아해서 자주 작업장에 놀러가곤 했었어.

그날도 나냔은 언제나처럼 할아버지의 작업장에 놀러가 떨어진 나무조각을 주워서 놀았어.
눈앞에선 할아버지가 작업대 앞에 앉아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어.
거친 손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나무를 깎기도 하고 부품들을 조합하기도 하고
그 기술이 너무 뛰어나서 나냔은 잠시 놀던 걸 멈추고 넋을 잃고 보고 있었어.

잠시 후, 묘한 것을 깨달았어.
할아버지의 등 뒤 벽에 오래 되어 검은 광택이 나는 나무 널판이 몇 장 세워져 있었지만, 그 판자와 판자의 틈새로 단발머리 소녀의 얼굴이 엿보이는 거였어.
판자와 벽 틈새로 얼굴의 오른쪽 절반을 내밀고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몸은 보이지 않았어.
흰 얼굴의 절반만이 어두운 방의 구석에 홀로 떠올라 있는 것처럼 보였어.

나냔은 묵묵히 손을 움직이는 할아버지 옆을 지나 벽으로 다가갔어.
내가 다가서도 하얀 얼굴은 미동도 없이 할아버지의 등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
역시 몸과 얼굴의 왼쪽 절반은 보이지 않았지만 벽과 나무 널판 사이에는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은 없었어.
나는 소녀의 얼굴에 말을 걸려고 했어――.

「...말을 걸어선 안 된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목소리를 높였어.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였어.
뒤를 돌아보니 할아버지는 변함없이 작업대에 앉은 채로 이쪽에 등을 돌리고 있었어.

「할아버지, 이 아이 누구야?」

「그 애는, 내가 거기 있는 나무로 만든 상자 안에 있던 여자아이야. 괜찮으니까 내버려 둬.」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나냔은 일단 벽 쪽에서 물러섰어.
그 뒤에도 할아버지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일을 계속하고 있었어.
나냔은 다시 나무조각으로 놀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궁금해져서 할아버지의 등 뒤를 바라보니,
어느새 얼굴은 사라져버렸고, 뒤에는 윤기 나는 검은 널판이 세워져 있을 뿐.

할아버지의 집에는 그 후에도 자주 놀러 갔지만 더 이상 그 얼굴을 볼 수는 없었어.
그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재작년 초봄, 할아버지는 병으로 쓰러져 입원했다가 곧 돌아가셨어.


장례 당일, 관 속에 넣어 드리기 위해 할아버지의 추억의 물건을 모았어.
그 중에 작은 나무 상자가 있었어. 가로세로 10cm 정도의 검은 광택이 나는 상자.
그걸 본 순간, 그날 벽에 세워져 있던 나무판자가 뇌리에 떠올랐어.
―― 그 판자로 만들어진 상자가 아닐까?

들어보니 의외로 무거웠어. 뚜껑이 없어서 흔들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할아버지를 돌본 고모의 말에 따르면
말년의 할아버지는 이 상자를 소중하게 다루고 병원에서도 머리맡에 놓고 있었대.
그런 이유로 상자는 할아버지의 머리 옆에 두기로 했어.

드디어 장례가 시작되었는데 그 때 묘한 일이 생겼어.
스님이 자꾸 관 쪽을 들여다보는 거였어.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물어봤더니
「이 분, 정말로 돌아가신 거죠?」
같은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거야. 아버지는 조금 질린듯한 모습이었어.

불경을 읽던 중에도 스님은 자꾸 관을 신경 쓰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며,
몇 번인가 독경이 멈추곤 했어.

장례가 끝나고 할아버지의 시신은 화장장으로 옮겨졌어.

타고 남은 뼈를 줍기 위해 친척들이 불려왔고, 소각로에서 큰 받침대가 옮겨져 왔어.
다가가자 마치 난로처럼 뜨거운 받침대 위에는 하얀 뼈가 재에 파묻혀 있었어.
그것을 쇠젓가락으로 집으니 담당자가 뼈 부위를 가르쳐 주었어.

「...두개골은 나중에 위에 덮을 거니까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목 울대뼈는 어떤 거예요?」

「이겁니다.」

주운 뼈는 차례차례 항아리에 집어넣었어. 그러나 단지는 좀처럼 가득차지 않았어.

「조금 더 주워 주세요.」

「아.. 하지만 별로 남지 않았네요.」

「이 곳 화로는 새로 만든 거라서, 대부분 다 타버려서 그런 거 같아요.」

「어르신들 뼈는 보통 적은 편입니다.」

「이 분은 많은 편이네요.」

「튼튼한 분이었거든요...」

「이건 무슨 뼈인가요?」

「그건 골반 뼈네요.」

「그 옆이 대퇴부의 뼈입니다.」

「이건요?」

「목 울대뼈네요.」

순간 그 방에 있던 모두가 의아한 얼굴로 서로 마주봤어. 목 울대뼈는 분명히 아까 항아리에 넣었을 텐데.
담당자가 모아진 뼈를 살펴보기 시작했어.

「이,,이건――뼈가 많군요...」

여기서 부터가 큰일이었어. 경찰이 오고 우리는 돌아갈 수 없도록 되어서 화장장을 지킬 수밖에 없었어.
화장장 직원과 경찰이 조사한 결과 뼈는 대체로 재가 되었지만,
아무튼 머리뼈가 두 사람 분량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어. 다만 그것이 누구 뼈인지는 알 수 없었어.

우리는 몇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어.
관의 뚜껑은 발인 직전에 참석자들의 눈앞에서 못을 박았는데,
그때까지 물론 관 속에 사람의 머리 따위는 들어있지 않았어.
들어간 것이라면 할아버지의 시신과 유품들, 그리고 저 검은 상자 뿐.
크기로 보더라도 상자 안에 사람 머리가 들어 있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어.

그럼 안에 뼈만 들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살이 붙어있지 않은 뼈는 금방 타버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재만 남는다고 해.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내려지지 않은 채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어.

할아버지의 유골은 일시적으로 경찰에 맡겨졌지만, 사십구재 전에는 돌려받은 모양이어서 지금은 무덤 속에 묻혀 있어.
신원 불명의 뼈에 대해서는 나중에 목 울대뼈 부분을 경찰로부터 양도받았다고 해.
그것을 작은 상자에 넣어 할아버지의 무덤 옆에 묻고 묘비 대신 큰 돌을 두었어.
지금까지는 딱히 별다른 일은 없어.
하지만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어.

출처: http://syarecowa.moo.jp/43/636.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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