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번역괴담] 흰둥이(白ん坊) (1)
IP :  .151 l Date : 18-06-05 20:24 l Hit : 2244
흰둥이(白ん坊)

시기와 장소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나냔의 아버지가 어릴 적 사시던 곳의 이야기야.

아버지의 집은 암튼 완전 깡촌이라 양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밖에 집이 없었어.
산 속이라 땅만큼은 풍부하게 있었지만 쇼핑이나 병원에 가더라도 버스를 갈아타고 한나절은 걸리는 끔찍한 곳이었대.

아버지로부터 들은 바로는 마을에 있는 집은 다 같은 성씨였다는데, 아버지가 어릴 때는 집집마다 아직 전화가 없어 마을 밖의 장소로 연락할 때는 하나 뿐인 상점에 설치된 전화를 썼대.
마을의 땅은 꽤 넓어서 각각의 집도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래서 (연락사항을 적어 집에서 집으로 돌려보던) 회람판은 따로 없이 연락사항은 장로님이라 불리는 집에 설치된 장비에서, 마을 안의 전신주에 설치된 오렌지색 메가폰 같은 스피커로 방송을 통해 알렸대.

그런 불편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에는 젊은 부부가 몇 쌍씩 있었고, 학년은 제각각이지만 초등학생도 몇 명 있었대.

우리 가족은 평소에는 외가에 가까운 비교적 개발이 진행된 장소에 살고 있었어.
보통 오봉(우리나라의 추석과 비슷) 명절은 아버지의 친가에서 보내는 것이 어렸을 때부터 연례행사여서, 차로 몇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하는 그 마을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별세상이어서, 나냔은 매년 오봉 명절이 기다려져서 좀이 쑤셨어.

나냔이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친할아버지 집에 머무른 다음날 아침, 나냔이 놀러온 것을 아는 이웃아이(A짱)가 놀러왔어.

A짱은 나냔보다 한살 위였는데, 이 마을의 분교에 다니는 아이 중에선 최고참이자 유일한 여자아이였어.

1년에 한번밖에 만날 수 없는 친구여서 어린 시절은 정말 친했지만, 매일 나이어린 남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실질적인 골목대장 같은 A짱과는 최근 몇 년 간은 화제가 달라져서 조금 서먹해지더라.

나냔은 당시 유행하던 걸그룹에 몰두하고 있었는데, A짱은 맨날 진흙탕에서 칼싸움놀이나 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보니 함께 놀아도 시시하단 느낌이었거든.

그날 나냔은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용돈으로 산 반짝이는 비즈 머리끈을 달고 있었어.
놀러 온 A짱은 입을 열자마자 「그거 나줘!」하면서 나냔 머리끈을 잡아채가려고 했어.

이제 와서 생각하니 A짱도 조금씩 사춘기를 겪으며 여자답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당시 나냔은 산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중한 보물을 빼앗기는 것이 싫어서 필사적으로 저항했어.
A짱은 화가 나서 「너랑 다신 안 놀아! 칫!」하더니 씩씩거리며 돌아가 버렸어.

매년 할아버지 집에 오면 다음날은 오전 내내 집에서 어른들 차례 지낼 동안 나가 놀라고 등을 떠밀렸어.
원래부터 혼자 놀기가 싫지 않았던 나냔은, A짱이랑 싸운 건 조금 맘에 걸렸지만 딱히 지장 없이 뒤뜰에서 놀았어.

10시가 지났을 무렵, 마당에 또 A짱이 찾아왔어. 좀전에 그렇게 싸웠으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는 낯으로 말을 걸어와서 나냔은 안심했어.
A짱은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좋은 거 가르쳐 줄까?」하며 뭔가 잘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더라.

나냔이 ‘응!’했더니 A짱은 입에 손을 대고 내 귀에 비밀얘기를 하려는 듯 가까이 오더니 콧노래 섞인 이상한 노래를 불렀어. 멜로디는 옛날 노래 같은 느낌이었어.

노래를 끝낸 A짱의 말로는 그 노래는 「들으면 정말 좋은 일이 생기는 비밀 노래」라고 했어.
‘비밀의 주술이야, 어른들에겐 말하면 안돼!’ 그렇게 말하고는 A짱은 달리듯 집에 돌아가 버렸어.

오봉 제사가 끝나고 할아버지가 나냔을 부르러 왔어.
점심은 국수와 할머니가 손수 만든 산나물이 든 회덮밥(ちらし寿司)이었는데, 가족끼리 즐겁게 먹은 다음 졸린 나냔은 불간(조상 위패를 모신 방) 옆방에 누워 잠이 들었어.

깨어나니 4시쯤이더라.
할아버지 집의 낡은 벽시계가 댕, 댕, 댕, 댕, 하고 네 번 울렸고, 집 안은 가장 더운 시간이었어.

산에 둘러싸인 마을은 해가 떨어지는 게 빠르고, 낮과 달리 밖에서 비쳐드는 햇빛이 조금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었어.

맴맴, 맴맴, 매에에에에엠, 맴~~

끊임없이 매미소리가 들리더라.
아아, 깜박 잠들었네,, 하고 생각하면서 몸을 일으켰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아빠도 엄마도,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근처에 없었어.

평소 같으면 차례를 지낸 날 저녁에는 모두 성묘를 가있을 시간이라, 잠들어 버린 나냔을 깨우지 않고 두고 간 거라 생각한 나냔은 아무 생각 없이 다시 방바닥에 몸을 옆으로 하고 누웠어.

그때부터 움직일 수 없게 됐어.

할아버지 집의 방바닥(다다미)은 햇볕에 타서 적갈색으로 되어 있었어.
할머니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군데군데 니스를 칠한 것 같은 암갈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다다미 한 장 정도 크기 저쪽에 하얀 떡덩어리 같은 아기가 이쪽을 향해 뒹굴고 있더라.

(아기쪽도) 가위눌린 건지 몸은 손발도 손끝도 묶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는 모양이었고 유일하게 숨 쉬는 부분만 달싹거리고 있었어.

나냔 역시 누워있는 아기의 코 부분에 초점을 맞춘 채로 눈동자도 움직이지 못하고 눈꺼풀도 굳어진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어.

아기 얼굴은 새하얘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나냔 머릿속으로는 ‘이건 흰둥이잖아’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검은자위가 커다란 눈망울로 입은 떡에다 살짝 눌러 만든 흔적처럼 보였어.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볼은 떡이 부풀어 오른 듯 볼록했고, ‘아아, 입이 점점 열리고 있구나, 울려는 건가?’하고 생각하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어.

입이 너무 커!
(나냔의) 눈알을 움직일 수 없어서 (하는 수없이)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작은 코가 점점 위를 향해 솟아오르더니 콧날이 세워지는 정도가 아니라 눈과 눈 사이를 갈라놓듯 점점 더 커지고 있었어. 그러는 동안에 내 눈의 초점이 맞고 있던 곳에 코는 사라지고, 입부분에서 시작해서 넓혀진 커다란 구멍이 휑하니 들여다보였어.

조금 전까지 포동포동해 보였던 귀여운 얼굴의 대부분이 구멍으로 변해, 마치 검은 볼링공에 아기 얼굴 껍질을 억지로 뒤집어씌운 것처럼 보였어.

무서운 데도 눈을 뗄 수가 없어.
눈꺼풀이 닫히지 않아서 눈이 아파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어.
아기의 입은 더욱 점점 넓어져 가더니 드디어 얼굴 전체가 구멍이 되고 말았어.

이제 눈도 코도 다 밀려나고 새하얀 아기의 몸 위에 머리 대신 벌레잡이통풀(식충식물)이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

아, 먹힌다 라고 생각했어.
눈물로 흐려진 (나냔의) 시야 속에서 변함없이 폭신해 보이는 흰 손발이 거미처럼 구불구불 움직이고, 벌레잡이통풀같은 큰 구멍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어.

시커먼 구멍 안쪽에는 하얀 것으로 꽉 막혀 있었어.
찐빵 같기도 찹쌀떡 같기도 주먹밥 같기도 한 하얗고 동글동글한 것.
(나냔의) 눈에 맺혔던 눈물이 뺨으로 살짝 흘러내리면서 한순간이지만 시야가 맑아지더라.
전부 새하얀 아기의 손이었어.
입이었던 구멍 속에서, 오, 아, 아, 하고 남자 어른 같은 목소리가 들렸어.

우와아아, 하고 나냔의 목에서 목소리가 나왔어.
그와 동시에 몸이 움직이더라.

달아나야해, 먹힌다, 그렇게 생각하고 손발을 허우적거리니
주름진 어른의 손이 그걸 눌렀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날뛰는 나냔의 손발을 붙잡고, ‘괜찮냐? 정신차려!’하고 말을 걸어오더라.

곁엔 아버지와 어머니도 있었어.
살았다, 그렇게 생각한 나냔은 절로 눈물이 나오더라.

눈물이 멈추고 마음도 안정되자마자 나냔은 아까 본 무서운 꿈 얘기를 했어.

할아버지는 평소 보기 드문 엄한 얼굴을 하셨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괜찮아’하시며 나냔을 껴안아 주었어.
이제 4학년인데도 오늘밤만은 어머니가 함께 자자고 하셨어.

그리고 계속해서 ‘응응’하고 주억거리며 나냔의 말을 듣고 계시던 할머니는 그날 저녁밥을 먹고 나서 나냔을 불간에 데리고 가시더라.

불단 옆 좌식 책상에는 할아버지도 앉아 계셨어.

「손녀야, 오늘 같은 무서운 꿈을 꾸지 않도록 좋은 걸 알려줄게.」
그러면서 할머니는 노래를 불러 주셨어.

낮에 A짱이 마당에서 불렀던 노래였어.

나냔이 A짱의 일을 말하니, 언제나 싱글벙글하고 상냥했던 할아버지가 무표정한 채 일어서서 불간을 나가시더라.

할머니는 나냔의 손을 잡고 무릎에 앉히시더니 그 노래를 한 소절씩 차근차근 자세히 가르쳐 주셨어.
‘이젠 무서운 꿈을 안 꾸게 이제 이 노래를 매일 부르고 자거라.’
A짱이 말한 대로 좋은 일이 생기는 노래야, 라고 하시면서.

그날 밤 자기 전에 나냔은 그 노래를 흥얼거렸어.
아버지, 어머니도 그 노래를 아시는 모양이어서 가족 셋이서 함께 부르다가 잠이 들었어.
다행히 무서운 꿈은 꾸지 않았어.
그 다음날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져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날의 사건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된 것은 꽤 지난 후였어.
4학년 여름방학 이후 연례행사였던 오봉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서 머무르는 건 2~3년에 한 번 하는 걸로 바뀌었어.
나냔도 중학생이 되고 공부나 동아리 활동이 너무 바빠 별로 신경쓰지 않았거든.

어느 해 초봄,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오봉이 아닌 시기에 그 마을에 머무르게 되었어.
나냔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엄청 울었고,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나면 할머니를 우리 집에 모시고 살자는 의논도 했지만, 주변 분들도 많이 도와주시는 데다 이 땅에다 뼈를 묻고 싶다는 할머니를 설득할 순 없었어.

장례식도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4학년 때의 그 일 이후 서먹해져 버린 A짱이 찾아왔어.
A짱은 어른스럽고 예쁜 여자가 되어 있었어.

입을 열자마자 A짱은 나냔에게 고개를 숙이며 「그때는 미안했어요.」라며 사과하더라.

영문을 알지 못해 멍하니 있는 나냔을 보고,
안방에서 나온 할머니가 「슬슬 이야기해 줄 때가 됐구나.」라시며
그때처럼 나냔과 A짱을 불간으로 데려갔어.
예전에 불간의 좌식책상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는 이제 영정 속에 남아 불단에 장식되어 있었어.

<계속>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53147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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