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괴담] [번역괴담] 흰둥이 (2·끝)
IP :  .100 l Date : 18-06-06 07:58 l Hit : 1831
지금부턴 할머니가 말씀해 주신 사투리 섞인 옛 이야기를 요약한 거야.

아버지가 어릴 적 살았던 이 땅은, 처음엔 어떤 이유가 있어서 마을의 규칙을 어긴 일가가 마을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면서 생기게 됐어. (처음부터 차별받던 부락은 아니었나봐.)
마을의 성씨가 같은 것은 그 때문인데 원래 한 집에서 분화된 일가들이 모여살기 때문이었어.

수십년이 지나 제재가 풀린 뒤에도 마을 사람들은 주위의 땅에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고 집안끼리만 지내왔어.
근친끼리의 결혼이 계속된 탓인지, 저능아나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자주 태어났다고 해(할머니는 ‘와로고(わろご)’라고 불렀어).

원래 이 땅은 비옥한 데다 소규모의 마을이었기 때문에 먹거리가 부족해 억지로 입을 줄이는 일은 없었어. 하지만 마을 사람이 적은 만큼 아이는 중요한 일꾼이기도 해서, 일을 할 수 없는 와로고들은 그런 사실을 알게 되는 시점에서 죽여 버렸대.

그런 일이 몇 년이나 계속되는 가운데, 드디어 마을과 주변 지역과의 갈등도 사라지고 마을 밖에서 며느리나 사위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겨우 와로고를 낳을 일도 없어지게 되었대.

그런데 그때부터 마을에서 태어난 건강한 아이가 어느 날 홀연히 실종되거나, 산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다음날 불쑥 돌아왔지만 머리가 이상해지는 등,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처음에는 어린 아이만 그런 경우를 당했지만 점차 젊은이, 부모세대에도 그런 이상한 일에 휘말리는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대.

이상한 것을 봤다는 보고도 다수 생겨났어.
모두들 입을 모아 새하얀 아기에게 먹힐 뻔했다느니, 입이 큰 새하얀 아이에게 쫓겼다며 호소했대.

이건 와로고의 저주가 아닐까? 하고 누구랄 것도 없이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어.
왜냐하면 그동안 죽였던 와로고는 제대로 공양하지도 않고 산 중턱에 있는 암벽에 방치하여 짐승이나 새가 뜯어 먹도록 내버려 뒀다는 거거든.

지금과 달리 「와로고」와 같은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너무도 혹독했던 시절, 그런 사람이 태어나버렸다는 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는 거야.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그들을 공양하기로 결정했대.
그러나 역시 그들에 대한 기록을 형태로 남기는 것을 싫어한 마을사람들은, 그 지역의 산에 대한 신앙을 갖고 있던 오래된 수행자에게 「찬불가」 비슷한 걸 만들어 달라고 했어.

원래 불경이나 축사는 「귀로 듣는 것」과 동시에 「입으로 외는 것」을 통해 이중으로 이익이나 덕을 쌓을 수 있어서, 불경을 듣기만 하는 일반인보다도 「입으로 ‘불경을’ 외는」 자신의 목소리를 「귀로 듣는」 승려에게 덕이 쌓이는 건 그 때문이래.

마을에 주어진 노래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와로고들에 대한 공양의 의미를 담은 노래였어.
할머니 왈, 마을 사람들은 와로고를 죽인 ‘가해자’인 동시에 자신들과 피로 연결된 자식을 잃은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거였어.

그래서 마을 사람은 그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공양하는」 동시에 「귀로 들으며 공양하는」 입장에 있었어.

이 공양의 노래를 밤마다 거르지 않고 부르도록, 수행자로부터 들은 말을 지키게 되면서 마을에 일어나던 괴이한 일들은 점차 일어나지 않게 됐대.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대.

여기서부터는 할머니가 말한 걸 그대로 적을 거니까, 차별적 표현이 섞이더라도 양해 부탁해.

와로고들 대부분은 신체보다는 지적 장애를 안고 있었어. 따라서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어려워했대.
(할머니는 「미치광이(きちがい)라서 받아들이는 것도 착각하는 것도 격하다」라고 표현했어.)

그 때문에 와로고들 중에서는 노래를 불러서 ‘공양하는’ 인간은 자신들과 어울릴 수 없는 존재이지만, 노래를 귀로 들어서 ‘공양하는’ 인간은 자신들의 동료라 생각하고 자기들 속에 끌어들이려고 찾아오게 되었다는 거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인간에게는 괴이(怪異)가 일어나지 않지만, 노래를 부를 수 없고 귀로 듣는 것밖에 못하는 아기나 치매에 걸린 노인이 차례차례 ‘끌려가’ 버렸어.
(할머니는 그렇게밖에 표현하지 않았어. 실종됐는지, 미쳤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어.)

그것을 알고 나서는 마을에서는 그 노래를 ‘타 지역 사람에겐 결코 불러서는 안 되며, 마을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부를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들려줘서는 안 되는’ 금기의 노래로 전해지게 되었대.

여기까지가 옛날이야기.

그 노래는 그런 어두운 옛날이야기와 함께 '마을의 전통'으로서 비밀리에 전해져 왔어.

마을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반쯤 되면 부모에게서 그 노래를 배우게 되지만,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진짜 유래는 들려주지 않았고 다만 '다른 사람에겐 절대 들려주면 안 되는 전통 노래'로 배우고 있을 따름이었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난 A짱은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 나를 향해 고쳐앉았어.

"그 해 5학년이 된 직후 그 노래를 어머니로부터 배웠어.
어머니는 '부를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들려줘선 안돼, 왜냐면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노래이기 때문이야'라시며 가르쳐 주셨어.
그때 도시에서 온 이웃집 친척아이(나)가 여성스럽고 귀여워서 너무 부러웠어. 조금 심술부리자는 가벼운 기분으로 들려주고 말았어."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살던 나는 애당초 그 마을의 와로고들을 공양할 책임은 없었어.

하지만 어릴 적부터 마을의 땅의 은혜를 받고 자란 아버지와 그 아버지와 맺어진 어머니에게는 인연이 있어.
나는 몰랐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매일 밤 침실에서, 자기 전에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게 정해진 일로 되어 있었더래.

그리고 매년 오봉 명절 차례 지낼 때, 그 시간에 나만 밖으로 놀러 내보낸 건, 차례지낼 때 모두가 함께 부르는 그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

그날 밤, 평소 온화하시던 할아버지가 A짱의 집에 쳐들어가셨대.
네녀석들 딸 때문에 우리 손녀에게까지 악연이 이어져 버렸다고.
손녀는 평생 그 노래에 영향을 받고 살게 됐다고.

그날 저녁 매미소리가 시끄러웠던 무더운 공기 속에서 내가 본 건 우연한 꿈일지도 몰라.
하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저 섬뜩한 하얀 아기의 모습.

너무나 생생한 기억 때문에, 나에게 기술만 있었다면 영상으로 세부까지 재현할 수 있을듯 생각되는 그 광경.
아기와의 거리도, 난폭하게 손발을 억누르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의 감촉도, 무서울 정도로 뚜렷이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현재.

할머니도 돌아가셔서, 원래부터 오래됐던 집은 이제 완전히 썩어버려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우리는 그 마을에 가지 않게 됐어.
하지만 지금도 나와 부모님은  습관처럼 그 노래를 매일 흥얼거리고 있어.

A짱과는 그 후 다시 친해졌어.

지금도 그 마을에 살고 마을에서 결혼해서 아이도 태어났어.
마을은 여전히 깡촌이지만 주변의 개발이 이루어져 전보다는 편리한 곳이 되었대.

최근 어떤 드라마에서 어떤 숨은 명소들이 거론됐는데, 그전까지는 관광객 등이 좀처럼 찾지 않던 그 곳에 연간 수천명의 사람들이 찾게 됐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그 마을의 바로 옆이었어.

어쩐지 그리워진 마음에 오랜만에 A짱에게 전화하니 A짱네도 작년부터 민박을 시작했다나 봐.
새로운 주민도 늘고 관광객용 식당은 주말이면 항상 붐비고 있대.

"놀러와! 너라면 당연히 그냥 재워주지!"

이렇게 말하는 A짱의 이야기에 힘입어 몇년 만에 마을에 발을 들인 나를, 오래전 그날부터 매일밤 흥얼거리게 된 그 노래가 맞아주었어.

전신주에서 설치된 낡은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였어.
오르골 같은 음색의 멜로디는 해변의 노래와 비슷한, 잘못 들을 수도 없는 그 곡이었어.

"12시와 5시의 알람 대신으로, 새로운 마을 촌장이 결정한거야."
A짱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어.

"현지 고유의 전통 노래니까 관광객 상대로도 먹힐거라고. 어른 세대는 모두 돌아가셨고, 젊은 우리 정도의 세대에서 그런 전통, 믿는 사람 거의 없어."

그러면서 어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A짱 옆에서, 초등생이 된 A짱의 아들은 천진난만하게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어.

상점 옆에 있는 식당에는 몇명이나 관광객이 줄을 서있었어.

"멜로디 뿐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며 웃는 A짱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그때, 뒤뜰에서 A짱이 들려준 것은 콧노래 같은거였지 가사 따위 알지도 못했어.

원래 저것은 공양의 의미만을 담아 만들어진 노래니까, 나처럼 마을 출신의 피가 섞여있지 않다면 별일 없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할머니가 해주신 이야기가 만약 정말이라면, 이 마을에 씌인 그 흰 아기에게 마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구별이 가능한 걸까?

도시 사람들은 구불구불 모퉁이가 많은 산길의 운전에 익숙하지 않아.

도로폭도 좁고 경사도 심한, 마을로 향하는 산길은 개발이 진행되었다곤 하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양상이었어.

사고는, 명소에서 돌아오는 중 산길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여기까지가 우리 아버지 고향집에 얽힌 이야기야.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453147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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