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자료] [단편소설] 모파상, -고인-
IP :  .25 l Date : 18-07-16 15:29 l Hit : 2268
모파상이라는 '목걸이'로도 유명한 옛날 소설가인데, 어렸을 적 읽었을 때 참 충격적이었거든.

재미로 읽어줬으면 좋겠어!




<고인>


- 기 드 모파상(Henri-Rene-Albert-Guy de Maupassant, 1850-1893)


나는 그녀를 죽도록 사랑했다! 왜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가?

세상에서 단 한사람만 보이고, 머리속으로 단 하나의 생각만 하고, 가슴속에는 단 하나의 욕망만,

입 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 품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

단 하나의 이름이 끝없이 우러나온다. 마치 물이 수원에서 솟아오르듯, 영혼 저 깊은 곳에서 입술로 올

라온다. 이름을 불러 보고 또 불러본다. 쉼없이 어느 곳에서나 기도를 하듯 중얼거려 본다.



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단 하나의 이야기, 언제나 같은 단 하나의 이야기만 갖고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났고, 그녀를 사랑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일 년 동안 나는 그녀의 시선 속에서, 그녀의 옷 안에서, 그녀의 말 속에서 살았다.

밤인지 낮인지 구별도 못 할 정도로,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수도 없을 정도로, 내가 이 지구에 있는

지 아니면 어떤 다른 곳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그녀로부터 오는 모든것에 의해 완벽하게 싸이고 묶이고 사로잡힌채 살았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죽었다. 어떻게?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비오던 날 저녁, 그녀는 몸이 젖은 채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기침을 했다.

한 일 주일 정도 기침을 계속하더니 그녀는 몸져 누웠다. 무슨일이 일어났던가? 잘 모르겠다.



의사들이 와서 처방을 주고 가버렸다. 사람들이 약들을 갖고 왔다. 어떤 여자가 그녀에게 그 약들을 먹

였다. 그녀의 손은 뜨거웠고, 불타는 듯한 그녀의 이마는 젖어 있었고, 빛나는 그녀의 시선은 슬퍼보였

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대답했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 전부 다 잊어버린 것이다!



그녀는 죽었다. 그녀의 작은 탄식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렇게도 약하던 그녀의 마지막 탄식이. 간호

하던 여자가 "아아!"라고 말했었다. 그것으로 나는 모든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을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아무것도. 한 신부가 "당신이 사랑한 여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녀를 모욕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에 아무도 그 사실을 알 권리가 없었다. 나는 그를 쫓아냈다. 다른

신부가 왔다. 매우 온화하고 매우 좋은 신부였다. 그가 그녀에 대해 말할때, 나는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그녀의 장례에 대해 수많은 것들을 내게 물어왔다.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관

과 그 안에 그녀를 넣고 못질 때의 망치소리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아! 그녀는 묻혔다! 땅에 묻히고 말았다! 그녀가! 그 구덩이에! 몇몇 사람들이 왔었다.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뛰었다. 오랫동안 길거리를 걸어다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나는 여행을 떠났다.



어제 빠리에 돌아왔다. 내 방, 우리의 방, 우리가 쓰던 침대와 가구 등, 한 사람의 삶이 배어 있는 모든

것들이 죽은 후에도 남겨져있는 집을 다시 보았을때, 창문을 열고 거리로 뛰어내릴 뻔했을 정도로 격렬

한 슬픔이 되살아났다.

그러한 물건들과 함께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서, 그녀를 가두고 그녀를 보호해 주던 벽 안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서, 그 보이지 않는 틈 속에 수많은 그녀의 자취, 그녀의 살과 숨결이 수많은 자취를 간

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벽 안에 더이상 있을수가 없어서, 나는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고 모자를 걸

쳤다.



내가 문에 가까이 갔을 때, 문득 현관의 커다란 거울 앞을 지나가는 내 모습이 보였다. 구두에서 머리모

양까지 치장이 잘 어울리는가, 제대로 아름답게 되었는가 보려고 매일 외출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자

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기 위해 그녀가 갖다 놓은 거울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그렇게 자주 비추던 그 거울을 마주하고 섰다.

그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을 정도로 그렇게 자주 그녀가 자신을 비추어보던 거울이었

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내 시선이 고정된 유리는 판판하고 깊고 텅비었지만,

나만큼이나, 정열에 찬 내 시선만큼이나 그녀의 모습을 지니고 소유하던 유리였다.

내가 그 유리를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손을 대 보았다. 차가왔다. 아아! 추억이란! 추억이란!

고통스러운 거울, 빛나는 거울, 살아있는 거울, 무시무시한 거울,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괴롭히는 거울!



거울에 영상이 미끄러지고 지워지듯, 간직하고 있던 모든 것, 자신의 앞에서 일어난 모든 일, 애정과 사

랑 속에서 관조되고 비추어진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정말 괴롭다!

집을 나섰다. 본의 아니게, 나도 모르게,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묘지로 가고 있었다. 나는 아주 단촐

한 그녀의 묘를 찾았다. 대리석 십자가에는 다음의 말이 쓰여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받다 잠들었노라'



그녀는 거기에, 그 밑에 썩은 채로 있는 것이었다! 아아, 끔찍한 일이다! 나는 머리를 땅에 처박고 흐느꼈다.

나는 그곳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었다. 저녁이 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괴한 욕망, 미치광이 같

은 욕망, 절망한 연인의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마지막 밤을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무덤 위에서 울면

서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누가 나를 보면 쫓아낼 것이다. 어떻게 해야 되지? 나는 꾀가 많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

적이 없어진 도시의 거리들을 방황했다. 나는 걷고 또 걸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다른 도시와 비교

해 얼마나 작은가! 그렇지만 죽은 사람들은 산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단 네 세대에 걸친 사람들이 동시

에 햇빛을 보고 생수를 마시고 포도밭에서 오는 포도주를 마시고 평원에서 오는 빵을 먹기 위하여, 그

렇게도 많은 높은 집들, 거리들, 광장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세대의 죽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우리까지 내려오는 모든 단계의 인류를 위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없다. 벌판 하나가 있을 뿐이다. 거의 아무것도 없다! 대지가 그들을 다시 취하고, 망각이 그

들을 지워 버린다. 영원히 안녕!



나는 묘지 끝에 버려져 있는 묘지 하나를 발견했다. 오래 전에 죽은 사람들이 흙과 섞이기를 끝내는 곳이다.

십자가들도 썩었고, 내일이면 새로 온 사람들을 묻을 곳이다. 그곳은 야생의 장미와 기운찬 흑실

편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간의 살을 토양으로 하는 슬프고 훌륭한 정원이었다.



나는 혼자였다. 확실히 혼자였다. 나는 한 그루의 푸른 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아 풍만하고 어두운 가지

들 밑에 온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조난당한 사람이 표류물에 의지하듯이 나무에 붙어 기다렸다.

어둠이 깔렸을 때, 매우 짙게 깔렸을때, 나는 피신처에서 나와, 시체로 가득 찬 땅을 소리없이 밟으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나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녀를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팔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뜬 채로, 손, 발, 무릎, 가슴 그리고 머리로 무덤들을 스치면서 그녀를 찾아

 돌아다녔다. 장님이 길을 찾듯이 만져보고 더듬어 보았다. 돌, 십자가, 철망, 둥근 유리장식, 시들어 버

린 화환들을 더듬어 보았다. 글자 하나하나를 발음하면서 손가락으로 이름을 읽어 보았다.



희한한 밤이었다!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나는 무서워 졌다. 내가 두 줄로 늘어선 무덤 사이의 좁은 통

로에 있다는 것이 무척 무서웠다! 무덤! 무덤! 무덤뿐이었다! 계속 무덤뿐이었다!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앞에도, 주위에도, 어디나 무덤뿐이었다!



나는 그 무덤들 중의 하나 위에 주저 앉았다.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리에 힘이 빠졌다.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소리도 들렸다.

무슨 소리일까? 정확히 표현 할 수 없는 어렴풋한 소리였다. 미쳐 버린 내 머리속에서 나는 것일까? 들

어갈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소리일까? 아니면 신비스러운 땅 밑에서, 시체가 총총이 뿌려진 땅 밑

에서 나는 소리일까?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얼마나 그 자리에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나는 무서움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있었다. 나는 공포에 취해

있었다. 고함이 터져나올 지경이었다. 죽을 지경이었다.



별안간 내가 앉아 있는 대리석판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것을 들

어 올리는 것 같았다. 나는 옆의 무덤으로 펄쩍 뛰었고, 내가 방금 앉아 있던 돌이 똑바로 일어서는 것

을 보았다.

확실히 보았다. 그리고 시체 하나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해골이었다. 그가 등을 구부려

대리석을 밀어버린 것이었다. 매우 어두운 밤이었지만 그의 모습은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십자가 위의

비문을 읽을 수 있었다.



'여기 쟈끄 올리방이 쉰한 살의 나이로 잠들다. 우인들을 사랑했고, 정직했으며, 선량한 그는 주님의 평

화 속에서 잠들었노라.'



시체도 자신의 무덤 앞에 쓰인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러더니 길에서 돌 하나, 끝이 날카로운 작은 돌 하

나를 주워 들고 조심스럽게 그 문구들을 긁기 시작했다. 그는 그것들을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지워 버

린 후, 텅빈 눈으로 문구들이 새겨져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검지손가락이었을 뼈 끝

으로 형광색의 글자들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성냥개비 끝으로 벽에 글자를 써내려가는 것 같은 그

런 모습이었다.

 

'여기 쟈끄 올리방이 쉰한 살의 나이로 잠들다. 유산상속을 바라면서 가혹함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재촉

했고, 아내에게 고통을 주었으며, 아이들을 괴롭혔고, 이웃을 속였고, 기회만 있으면 도둑질을 한 그는

 비참하게 죽었노라.'



쓰기를 마치자 시체는 가만히 서서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무덤들이 열려 있었고, 시체들이 무덤에서 나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가족

들에 의해 묘비에 새겨진 거짓말들을 지우고 진실을 써넣고 있었다. 나는 그들 모두가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던 가증스럽고 파렴치하고 위선적이고 거짓말쟁이이며 간사하고 모략꾼이며 탐욕스러운 사람이

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좋은 아버지들, 충실한 아내들, 헌신적인 아들들, 순결한 처녀들, 성실한 상인들 등, 나무랄데 없다

고 하는 이 남녀들 모두가 도둑질하고 남을 속이고 온갖 부끄러운짓, 온갖 구역질나는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또는 모르는 척하는 잔인하고 무시무시하며 신성

한 진실을 그들은 영원한 그들의 안식처 입구에다 동시에 쓰고 있었다.



나는 그녀 역시 자신의 무덤에 문구를 새겨넣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겁도 없어져서, 나는

 반쯤 열려진 관들 사이를, 시체들 사이를, 해골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그녀를 찾았다. 나는 곧 그녀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수의로 덮은 얼굴은 볼수 없었지만, 나는 멀리서도 그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하고 사랑받다 잠들었노라'라고 내가 조금 전에 읽었던 대리석 십자가에 다음의

글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느날 불륜의 관계를 갖으려 나갔다가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죽었노라.'



이튿날 아침, 정신을 잃고 무덤 근처에 쓰러져 있는 나를 사람들이 떠메고 왔다고 한다.
(1887.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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