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경험] 옛날 집에서 겪었던 일들..
IP :  .217 l Date : 19-06-19 09:32 l Hit : 1179
평소에 공포 관련 글이나 실화 같은 것들 찾아보는 거 좋아해서 외커 공포방 자주 들르는 편인데,
보다 보니까 예전에 내가 살던 집에서 겪었던 일들이 생각이 나서 한번 적어볼까해..

일단 얘기를 시작하자면 우리 부모님께서 지금은 대전에 나름 오래 사시긴 했지만,
원래는 경상도 출신이신데다가 연애/결혼도 부산에서 하시고 실제로 나도 부산 백병원에서 태어났어.
근데 다들 알다시피 98년도 즈음에 IMF 겪고 우리 부모님께서도 다니시던 직장에서 나오시는 등 많이 힘드셨나봐..
그래서 그게 아마도 아무 연고도 없던 대전이라는 낯선 타지에 발 붙이시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나도 어릴 때라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처음에는 아버지께서 대전에 아시는 분이랑 같이 카센터하시다가
이후에는 무슨 ELS 영어학원 카풀 기사도 하시고, 빙수 가게도 하시고, 정말 여러가지 하셨던 기억이 나.
어쨌든 부모님께서도 이런 일 저런 일 하시면서 이사도 많이 다녔는데,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고 얼마 안되고, 그니까 2001년 봄 즈음에, 내가 말하려고 하는 문제의 그 집에 이사하게 됐어. (당연히 월세나 전세였겠지? 그 때는 그 용어도 몰랐었지만..)





일단 집 구조 자체는 일반적인 근린상업지역에 있는 주택형태랑 유사해.
아마 옛날 미용실이나 구멍가게 보면 전면부에 가게가 있고 그 뒤에 사람 사는 공간이 있는 형태를 생각해보면 될 것 같아.
(도로와 바로 접하는 부분은 상업 기능으로 활용하고 그 안쪽에 사람이 살 수 있게 해놓은 그런 단층 상업+주택 구조)
좀 더 이해를 돕고자 아래 그림을 급하게 만들어 봤어! (대체로 이런 주택형태는 많이 익숙할 거라고 생각해)

집 구조를 보면, 우선 빨간색 테두리 쳐놓은데가 우리 집이었는데 옆 집하고 붙어 있는 형태였어.
근데 우리가 이사갔을 때 옆 집은 비어있는 상태였어.
나야 어릴 때라 별로 신경은 안 쓰였는데, 언제인지 궁금해서 그 빈집에 들어가봤다가 벽지도 아무것도 없고 회색벽으로만 이루어진 공간만 있어서 묘하게 소름끼쳤던 기억만 있어. (빈집을 처음 보면 다들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집 내부구조는 아까 말했던 것처럼 앞에는 가게, 그 때 당시에 아버지께서 조그맣게 종이공장(종이 만들어서 납품하는 일?로 기억)을 하셔서 그 기계들이 있고,
구석에 샤워실(말이 샤워실이지 커튼같은 걸로 가려놓은 거야..)이 있었어.
단독으로 된 방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 방은 나랑 내 여동생이 이층 침대에서 잤고, 부모님은 거실에서 이불 깔고 주무셨어.
집으로 통하는 입구는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왼쪽에 좁다란 통로를 지나서 마당을 통해서 부엌으로 들어오는 방법과 도로에서 직접 가게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었어.

어쨌든 있는 얘기 없는 얘기 주저리주저리 말하긴 했지만,
앞으로 이 집에서 당시 초딩 4레벨이었던 나와 초딩 2레벨이었던 여동생, 그리고 부모님과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해. (약 6개월 간)


1. TV귀신 꿈

음.. 떠올려보면 그 집에서 겪었던 것들이 내가 느끼기에 무서웠긴 해도 워낙에 잔잔하고 소소한 것들이라 어느 것부터 말해야될지 잘 모르겠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 있었던 건 바로 이 'TV귀신 꿈' 같아..
근데 왜 'TV귀신 꿈'이냐고?
정말 미안한데,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그런데도 내가 TV귀신 꿈을 이 집에서 겪었던 제일 묘했던(?) 일로 꼽는건,
이 집에 처음 이사를 오고 나서 꿨던 꿈이 바로 이 'TV귀신 꿈'이고, 그 이후에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많을 때는 2-3일에 한 번씩 꿨던 꿈이 바로 이 TV귀신 꿈이라서야.
사실 그 꿈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어.
어떤 장례식장 같은 데서 우리 가족 네 명이 서로 부둥켜 안고 끊임없이 우는 꿈이야..
누가 죽었길래 그렇게 슬픈 건지 모르겠지만 그 꿈에서 우리 가족 다 뭐가 그렇게 슬픈 지 계속 울어..
근데 다들 알겠지만, 꿈에서 어떤 강렬한 감정을 느끼면 그 꿈을 깨고 나서도 그 감정이 어느 정도 지속되잖아??
마치 악몽에서 공포를 느끼면 꿈을 깨고 나서도 계속 무서운 것처럼..
그렇게 그 꿈에서 깨고 나니까 그 슬픈 감정이 남아서 꿈에서 깼는 데도 너무나 슬픈거야.
그래서 아마 한밤중이었을텐데도 거실에서 주무시고 계셨던 엄마 아빠한테 가서 그 품 속에서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
문제는, 그 꿈을 나만 꿨던 게 아닌거야.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 여동생이 나한테 했던 첫 번째 말이 그거였어.
"오빠도 TV귀신 꿈 꿨어?"
그래서 나도 대답했지. 오빠도 TV귀신 꿈 꿨다고..
근데 처음에도 말했듯이 내 여동생도 그렇고 왜 그 꿈을 TV귀신 꿈이라 부르는 지 전혀 몰랐어.
심지어 그 꿈에 TV도 안 나오고 귀신도 안 나오는데 말이야..
다만 마치 서로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리는 그냥 그 꿈을 TV귀신 꿈이라 불렀고 그 꿈을 꿀 때마다 너무 슬펐었고 왠지 모르게 무서웠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 때 당시엔 아무리 나랑 내 동생이 부모님한테 이 얘기를 해도 대꾸를 안 해주셨어.
근데 놀라운 건, 나중에 가족이서 얘기하다가 그 집에서 살았던 얘기 꺼내고 당연히 나랑 내 동생이 TV귀신 꿈 얘기를 했는데
사실은 부모님도 그 꿈을 꾸셨고, 이 얘기를 우리한테 하면 우리가 너무 무서워할까봐 그냥 말 안하셨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내가 기억하기로 거실에 있던 TV를 나중에는 쇼파사서 종이공장 있는 쪽으로 옮기셨는데,
그것도 TV귀신 꿈 때문에 TV 자체가 꺼림칙해서 옮기신 거라고 하시드라고..
어쨌든 결과적으로 보면 귀신도 안 나오고 꿈 내용 자체도 별 거 없긴 하지만 이 집에서 살 때 제일 자주, 그리고 주기적으로 날 괴롭혔던 게 바로 이 TV귀신 꿈이야.


2. 가위

공포방 둘러보면 가위 눌렸다는 벨들 많이 보이드라고.
근데 난 솔직히 말해서 그 집에서 살 때 이외에 가위 눌려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다르게 말해서 그 집에 있을 때만 가위를 눌려봤어.
사실 완전 자주 가위를 눌린 건 아니고 2-3주마다 한 번 정도씩 눌렸으니까 아마 8-9번 정도 경험한 것 같아.

어쨌든, 이 가위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잠깐 다른 얘기를 하고 넘어가자면,
아까 말한 것처럼 나랑 내 여동생은 하나 있는 단독방에 있는 2층 침대에서 잤는데,
내가 오빠니까 위에서 자고 내 여동생은 아래에서 잤어.
근데 며칠 자고부터는 그냥 좁더라도 나랑 내 동생이랑 아래층에서 같이 자게 됐어.
그 이유는, 내 동생이 자꾸 잘 때 오빠 자는 데서 무슨 사람 걸어다니는 것처럼 쿵쿵 소리가 나서 너무 무섭단 거야.
(근데 2층 침대에서 자보면 알겠지만, 천장이 그렇게 높지 않는 이상 사람이 그렇게 서 있을 수가 없어;)
참고로, 이후로도 그 소리가 신경 쓰여서 아버지한테 말해서 결국에 나중엔 2층 침대 분리해서 2층 부분은 갖다 버렸어.
그리고 옆에 책상 있는 쪽에 창문이 있었는데, 옛날 주택 창문이라서 그.. 선명하게 밖이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무슨 다이아몬드 형태로 되어 있어서 닫아 놓으면 밖이 굴곡지게 보이는 그런 창문 형태인데,
묘하게 밤에 그 창문에 가로등이 비치면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보여서 (동생이 그렇게 말하니까 실제로 나도 그렇게 느껴지더라..)
결론은 혼자 자기가 무섭다고 나더러 1층에서 같이 자달라고 해서, 같이 자게 된 거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처음에 내가 가위에 눌릴 때는 가위 자체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최소한 이 가위라는 게 어떤 무서운 종류라는 건 어린 마음에도 직감할 수 있었어.
게다가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새우잠?이라고 해야하나 옆으로 돌아 누워서 자는 버릇이 있어서,
고개를 옆으로 한 상태에서 가위를 눌리는 지라
그 특유의 정면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과 내 몸 어디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그 느낌이 공포스럽게 느껴졌어..
어쨌든 그 가위의 느낌은 가위에 눌린 지 오래된 지금 조차도 떠올리면 왠지 모르게 오싹해.
근데 사람이라는 게 말이야, 참 신기한게 아무리 무서운 일이라도 상황이 반복되고 그 해결책을 알게 되면 그렇게까지 무섭게 안 느껴지는 법이더라고.
무슨 말이냐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이점이라는 게 다들 있듯이, 나한테도 하나 있는 게, 난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마치 인사하듯이 좌우로 움직일 수가 있어.
근데 가위를 몇 번 겪고 어느 날엔가 내가 깨달은 게, 이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움직이면 가위를 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거야.
그래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가위를 눌리면 (조금 버티다가) 이 새끼발가락을 이용해서 가위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어.

그런데 어느 날이었어,
그 날도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가위를 눌리게 되었는데, 말했던 것처럼 그 파훼법을 알고 나니 그 가위 자체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진 않았어.
그렇게 가위에 눌리고 조금 시간을 보내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때 당시에도 뭔가 바로 가위를 풀어버리는 안될 것 같은 미묘한? 느낌이 있어서..) 내 의지대로 가위를 풀었어.
그 순간에는 뭐랄까 내가 이 공포적인 상황을 내 의지대로 헤쳐나간 것 같은 그 느낌에 왠지 모르게 의기양양한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옆에 내 동생한테 방금 오빠가 가위에 눌렸는데 새끼발가락을 이용해서 풀어버렸다고 자랑하듯이 말했어.
그래서 내 동생도 "와 진짜?? 대단하네?"라고 말하고 웃더라고.
근데 그 순간 위화감이 들었어.
가위에 눌렸던 이 시간이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나하고 대화하고 있는 내 동생..
순간 이 상황이 이상한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다시 내 동생 얼굴을 보니까 내 동생 얼굴이 아닌거야.
정말로 방금 전에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었던 게 이상할 정도로 낯선 그 웃고 있는 얼굴..
난 그 때 직감한 것 같아. 아, 난 아직도 가위에 눌리고 있구나.
그걸 깨달은 순간,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지금도 악몽을 꿀 때마다 쓰고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마치 옥상에서 뒤돌아선 상태에서 몸을 내던지는 것처럼 상상해서, 겨우 그 가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당연히 가위에서 깨고 내 동생은 내 옆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고.

어쨌든 이 이후로 가위에 눌릴 땐 조금이라도 방심해선 안되고, 최대한 무서운 척이라도 하면서 성실하게(?) 가위에 눌려야 한다는 점을 배웠어.


3. 화장실

다음으로 많이 기억이 나는 건 화장실 사건이야.

처음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실 이 집은 옛날 주택들이 으레 그렇듯 화장실이 밖에 있었어. (당연하겠지만 푸세식..)
일단 그 사실부터가 엄청 짜증났었는데, 문제는 마당에 전등이 없고 화장실에만 등이 있어서 밤에 화장실 가는게 엄청 꺼려졌다는 거야.
게다가 화장실이 두 칸인데 왼쪽 화장실은 고장이 나서 못 쓰는 상태인데,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집에 들어가려면 가게쪽으로 들어가던가 옆에 통로로 가야 한다고 말했잖아?
근데 통로로 가면 그 고장난 화장실을 보면서 가야하는데 그 화장실 안쪽에 휴지걸이가 있는데 그게 바깥 유리를 통해서 보면 무슨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소름 끼치드라고.
(그래서 나중에는 통로 쪽 입구는 절대 이용 안하고 가게 쪽으로만 왔다 갔다 했어..)
어찌 됐든 당시 초4밖에 안됐고 지금도 그렇지만 소심했던 나에게 화장실 가는 것 자체가, 특히 밤중에 가는 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어.

그래서 항상 나랑 내 동생은 밤에 화장실에 가야 되면 항상 서로를 깨워서 같이 가는게 의무처럼 됐어.
피곤한 건 피곤한 거지만, 무서운 건 피차일반이니까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던 상호조약인 셈이지.
어쨌든 우리 남매는 밤에 화장실 갈 때는 항상 같이 갔고, 그 때마다 의례적으로 했던 게
안에 있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있어?라고 물어보면 바깥에 있는 사람이 어.. 라고 대답해주는 거였어.

여느 날 처럼 그 날도 자다가 갑자기 대변이 마려워서 옆에 있는 동생을 깨워서 같이 화장실을 가게 됐어.
한밤중이라 무섭긴 해도 뭔가 같이 있다는 느낌에 화장실에 가서도 무섭다는 느낌은 못 받았던 것 같아.
근데 생각보다 배가 많이 아파서 화장실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거야.
그래서 조금 시간이 지나고 바깥에 있는 동생한테 있어? 라고 물어봤는데 이상하게 대답이 없는 거야.
근데 그 때 당시 내 경험 상 밤에 화장실 같이 가면 내 동생은 바깥에서 쭈구려 앉아서 기다리는데
가끔씩 피곤해서 꾸벅꾸벅 조느라고 대답을 안 했던 때가 몇 번 있었거든.
그래서 그런지 대답이 없어도 아.. 그냥 피곤해서 졸고 있는 거겠구나 생각하고
나도 어차피 잘 자고 있는 애 굳이 깨워서 데리고 나온 거니까 그냥 냅둬야 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본분(?)에 충실하고 있었어.
그런데 여기까지 읽은 벨들은 예상했겠지만, 내가 볼일을 마치고 나왔는데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어.
아무리 졸리다고 해도 화장실에 있는데 혼자 방에 자러들어간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뭐랄까.. 지금 이렇게 글로 적으니까 공포물의 당연한 클리셰 같기도 하고 별로 실감이 안나지만,
당연히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고 맘편하게 화장실에 있었던 그 시간 자체가 갑자기 공포스럽게 다가오면서
부리나케 방으로 달려가서 덜덜 떨면서 잠을 청했던 기억이 나..

당연히 지금 내 동생한테 물어봐도 그 때는 워낙 어릴 때니까 잘 기억을 못하긴 하지만,
정말로 그 때 내 동생이 화장실에 같이 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다시 방으로 돌아온 걸까,
그게 아니라면 처음에 나랑 방에서 같이 나왔던 그 동생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4. 귀신

사실 그 집에서 정말로 직접적으로 귀신을 보거나 현실적으로 느낀 건 단 한번 밖에 없어.

당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말 경이었는데, 이 때가 환절기라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라서 그런가
내가 원래 만성적으로 천식이 좀 있는데 이게 감기랑 겹쳐서 조금 심하게 앓아 누운 적이 있어.
그래서 학교도 못 가고 집에서 끙끙대며 누워 있었고, 엄마도 당시 다니시던 콜센터 연가 내시고 집에서 날 간호하고 계셨어.

그 이후로 천식이 심하게 도진 때가 없어서 잘은 기억은 안 나는데,
천식이 심해지면 뭔가 숨이 제대로 안 쉬어져. 그래서 그 미니 호흡기처럼 생긴 걸 사다가 주기적으로 그걸 흡입해야 해.
근데 그게 정해진 흡입 횟수가 있어서 다 쓰면 새로 사야 되가지고,
그 날 오후 쯤이었는데 엄마가 그 호흡기를 새로 사시러 근처에 있는 약국으로 가셨어.
그런데 엄마가 가시고 얼마 안 있다가 목이 너무 마른거야.
그래서 부엌에 있는 싱크대에 가서, (그 때는 정수기도 없어서..) 그 보리차 물을 마시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어떤 여자가 그 2층침대(그 때 당시에는 1층만 있던 상태)에 고개 숙이고 걸터 앉아 있더라고.
누가 봐도 귀신인거지.
근데 사람 마음이 도대체가 이상한게, 그 아프고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지는 그 상황에서
원래라면 보자마자 질겁을 하고 도망가야 되는게 정상인데 정말 이상하게 화가 나더라고.
TV귀신 꿈, 가위, 화장실 사건 등 부터 지금 내가 이렇게 아픈 게 왠지 모르게 그 여자 귀신 때문인 것 같아서 뭐랄까 화가 나더라고.
어떤 느낌이냐면, 그 몸은 엉망진창인데 이상하게 정신은 또렷한 느낌?
거기에다가 여기서 내가 물러나면 끝이겠구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너죽고 나죽자 하는 그런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있었고.
어쨌든 그렇게 나는 성큼성큼 그 고개 숙인 여자한테 걸어갔어.
여차 하면 주먹질도 하려고 주먹도 꽉 쥔 상태로 말이야.

하지만 가까이 간 순간, 난 알았어.
이 귀신은 도저히 내가 상대할 수가 없겠다는걸..
내가 그 귀신한테 다가가면서 알게 된 건, 뭔가 그 귀신이 앉아 있는 모양새가 이상하다는 것이였어.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그 귀신 관절이 모두 반대로 되어 있었어.
무릎이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는데, 또 발목은 그 반대로 돌아가 있고,
팔도 바깥쪽으로 굽어 있는데, 또 팔목은 그 반대로 굽어 있고,
어찌 됐든 지금 떠올려보면 그냥 꿈 속의 상황처럼 나한테 있어서 그 귀신의 모든 신체적 형태가 말그대로 기괴하다고 밖에 안 느껴졌어.
그 귀신이 갑자기 나를 바라본다던가 무슨 말을 했던 건 아니였지만,
방금 전 품었던 용기던지 분노던지 그런건 이미 온데간데 없고,
최대한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머릿 속에 안 들더라..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엄마가 말해주시기로는 그 약국까지 갔다오는데 정말 10분?도 채 안걸리는데
갔다오니까 내가 침대 앞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사실 군대에서 야간 근무도 많이 서보고 그 골프장 야간 경비직도 알바로 해봤지만,
이렇게 뭐랄까 직접적으로 딱 귀신을 마주하거나 느꼈던 기억은, 비록 교류(?)는 없었지만, 그 때 한 번 밖에 없는 것 같아.



5. 여담

사실 위에서 말한 것들이 내가 기억하는 주된 사건들이고, 나머지는 워낙 사소하기도 하고 그냥 내 착각일 수 있어서 그냥 여담 식으로만 말할게.

언젠가 한 번은 친척분들이 다 놀러오셔서 그 종이공장 있는데 쪽에 기계 좀 치우고 돗자리 깔아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TV로 영화도 같이 보고 했던 기억이 있어.
물론 나도 그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건 집에 있는 게 항상 불안하고 무서웠는데
이렇게 친척분들 오셔서 집이 북적북적되니까 그런 무서운 기분도 가라앉고 신이 나드라고.
어쨌든 경기도 끝나고 어른들 거실에서 고스톱도 치면서 노시고, 나는 그냥 그날따라 피곤해서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었어.
근데 원래 항상 방에서 불끄고 자면 뭔가 무섭기도 했는데, 그날따라 거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니까 안심이 되더라고.
그렇게 좀 자다가 목이 말라서 깼는데, 여전히 밖에서는 어른들 그 특유의 고스톱 치는 소리, 건배하시는 소리 등등이 들리더라고.
그래서 나도 원래 자다가 목말라서 깨면 웬만하면 그냥 계속 자는데 그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안심해서인지 그냥 방문을 열고 나왔어.
근데 거실에 아무도 없더라고.
아마 부모님은 친척분들이랑 술 한잔 더하시러 밖에 계셨던 것 같긴 한데,
아직도 그 적막함과 어두움이 잊혀지지가 않아.

이런 환청같은 것들은 소소하게 일상에서 많았던 것 같아.
제일 많이 들었던 환청이 샤워실 물소리였는데
새벽에 종이공장 구석 쪽에 샤워실 물소리가 들리면
난 당연히 아빠나 엄마가 씻고 계시는 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어.
그래서 하루는 그 물소리가 들려서 뭔가 아직 동이 완전히 트기 전이고 새벽인데도
엄마 아빠가 일어나 계시다는 마음에 방문을 박차고 나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순간 싸했던 기억이 있어.
이외에도 주방 물소리, 거실 TV소리 등등 방 안에만 있으면 실제로는 아닌데 그런 환청이 많이 들렸던 것 같아.


지금까지 기억나는대로 적어보긴 했는데,
사실 이 집에서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무서운 일을 겪은 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생각해도 이 복합구조 옛날식 주택이 갖는 그 특유의 무서움이나 (지금 이런 주택에 사는 벨들 미안..)
어렸을 적의 그 암울함.. (집이 계속 이사를 다니니까 학교도 계속 전학다녀야 되서 학교 생활도 우울했었던 걸로 기억해..)
이런 것들이 합쳐져서 아마 그 집에서 내가 유독 공포를 많이 느낀 걸 수도 있는 것 같아.
사실 한 1년 전인가, 2년 전인가? 그 공포 커뮤니티에서 '귀신의 집'이라는 글이 엄청 인기 있었잖아?
자세히 내용은 기억 안나지만 그 구렁이 귀신이 나와서 가족들 괴롭히는 얘기..
그 글에 나오는 주택 형태가 그 때 살았던 우리 집하고 비슷해서 더 무서웠었던 기억이 있고,
이렇게 내 경험 토대로 글을 쓰게 된 계기도 되었는데,
막상 적어보니까 처음 써보는 거기도 하고 뭐랄까 많이 허접한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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